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동반 참석하기로 하면서 APEC 정상회의에 대한 전 세계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다음달 초 선출이 유력한 새 일본 총리가 방한할 가능성도 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경주로 모이는 형국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중·일 정상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도 본격적인 시험대 위에 올라서게 됐다.
먼저 주목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이다. 다음달 말 또는 11월 초 개최가 확실시되는 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양국 정상 간 처음으로 이뤄지는 회담으로, 방한 형식을 두고 한·중 양국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시 주석이 방한하면 양자회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경주에서 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다자회의 중간에 이뤄지는 약식 회담에 그칠 수 있어 APEC 공식 개최 기간 전후 서울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방한 형식은 국빈 방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성사될 경우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이후 11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윤석열 정부 때 악화일로로 치달은 한·중 관계가 복원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불법계엄 이후 ‘중국인 간첩’을 직접 언급하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 삼림을 파괴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 중국 정부가 반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된 관계가 정상화됐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는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에게 한·중 첫 정상회담의 난도는 높은 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을 거쳐 미국을 방문하는 등 한·미·일 협력 구도를 공고히 하는 외교 행보를 보이며 “과거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여러 번 내놓았다. 반면 중국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당시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관람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반서방 연대에 서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중 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이 같은 구도 속에서 한국은 중국과 전폭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2차 한·미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관세 후속 협상과 조지아주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로 빚어진 이민·비자 문제 등 단박에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일단 이 대통령이 22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하는 미국 뉴욕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경제·통상당국이 한 달여 남은 기간 고위급·실무급 협상에서 얼마만큼의 접점을 찾아낼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일본은 다음달 초 들어설 새 총리가 누구냐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이다.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다져놓은 투 트랙 기조의 한·일 관계가 유지될지가 APEC을 계기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도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장이나 각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컨센서스(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APEC 회의 결과로 나올 ‘경주 선언’에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노력에 대한 지지가 담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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