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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게 웃는 꽃 이면의 씁쓸함

매일경제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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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게 웃는 꽃 이면의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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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 '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2025).  가고시안

무라카미 다카시 '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2025). 가고시안


금빛 하늘 아래 만개한 꽃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꽃의 얼굴은 활짝 웃고 있고, 일부는 산들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듯하다. 일본의 세계적인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가 금박의 배경에 자연과 설화를 그렸던 에도시대 천재 화가 오가타 고린의 작품을 오마주한 '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2025년)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금박의 화면에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해골 문양이 가득하다. 이는 오가타의 원 작업에서 금박이 벗겨지거나 손상된 부분을 재해석한 것이다. 활짝 웃는 꽃들은 천진난만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지만, 작가는 해골을 통해 그 화려함 이면에 있는 현대사회의 자멸적인 소비문화를 드러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이 오는 10월 11일까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의 프로젝트 공간 캐비닛에서 개최된다. 작가 특유의 '활짝 웃는 꽃'을 모티브로 한 회화, 조각 등 신작 10여 점을 펼친다.

1995년부터 그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해온 활짝 웃는 꽃에는 작가의 '슈퍼플랫(Superflat)' 철학이 담겨 있다. 슈퍼플랫은 '평평한' 이차원적 이미지를 통해 고급과 저속의 구분이 거의 없는 전후 일본 사회의 천박한 문화와 공허한 소비주의, 성적 페티시즘, 성장에 대한 공포 등을 비판하기 위해 무라카미가 약 20년 전 창안한 미술사조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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