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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정면돌파, 품질로 제값 받을 것"…가격인상 선그은 현대차

머니투데이 뉴욕=심재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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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정면돌파, 품질로 제값 받을 것"…가격인상 선그은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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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2025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2025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관세 정책에 대응해 현대차가 해야 하는 핵심은 최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지금 가격을 올리면 시장에서 실기(失期)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에도 미국 판매 가격 인상에 선을 그었다. 판매 확대와 수요 관리, 원가 절감으로 관세 충격을 감내하면서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무뇨스 사장은 "관세가 높아졌다고 포기하고 걱정만 하면 비즈니스 전체를 잃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국내 언론사 뉴욕 특파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간담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된 '2025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 직후 진행됐다.

무뇨스 사장은 관세에 떠밀려 가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진 않겠다는 방침을 이날 분명히 했다. 한국은 그동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에 무관세로 자동차를 판매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물리면서 관세 부담을 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말 한미 정부가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대미(對美) 수출 자동차에 여전히 25%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단순히 관세 때문에 가격을 인상할 수는 없다"며 "가격은 수요, 공급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밸런스를 최적화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관세 영향에서 비켜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올해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치를 기존 7~8%에서 6~7%로 1%포인트 낮췄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4월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재고를 미리 확보해 올해 실제 영향을 받는 건 6~7개월이지만 내년에는 영향권에 들어가는 기간이 늘어날 수 있어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가 절감과 효율화로 대응하겠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2025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 직후 국내 언론사 뉴욕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뇨스 사장, PR·커뮤니케이션 부문 트레버 헤일 상무, CFO 이승조 부사장. /사진제공=현대차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2025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 직후 국내 언론사 뉴욕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뇨스 사장, PR·커뮤니케이션 부문 트레버 헤일 상무, CFO 이승조 부사장. /사진제공=현대차


일본 자동차와의 관세 격차도 부담이다. 일본은 무역 후속 협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달 16일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관세를 15%만 물기 시작했다. 무뇨스 사장은 "일본이 낮은 관세로 우위에 있지만 포기할 순 없고 더 좋은 제품·기술·품질·공급망을 구축하고 매출을 높이는 것이 해답"이라면서도 "정부간 협의가 잘 이뤄져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무뇨스 사장은 "매년 여름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고 가격을 올리는 게 현대차의 사이클"이라며 "새 제품을 출시한 다음 가격을 올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똑같은 차량을 판매하면서 관세 인상에 따른 수익성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새로운 성능과 디자인 등 품질을 끌어올린 대가로 미국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제값'을 받겠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관세 리스크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현재 40%에서 2030년까지 80%로 높일 계획이다. 글로벌 생산은 2030년 555만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무뇨스 사장은 이와 관련,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 생산 비중 축소 우려에 대해선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던 신규 모델을 해외에서 현지화하는 것이지 기존 한국 생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울산공장 생산능력은 20만대 증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SUV, 픽업트럭 등 새로운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무뇨스 사장은 "경험이 없는 부문에 도전하는 것은 리스크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라며 "많은 경쟁사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만 현대차는 제조·엔지니어링·운영 역량이 탄탄하기 때문에 픽업트럭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전기차 부문에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고 북미에서도 테슬라와 비교해도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5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 행사장에 차량이 전시돼 있다. /사진=심재현 특파원

현대차가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5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 행사장에 차량이 전시돼 있다. /사진=심재현 특파원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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