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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K-컬처로 열 디지털 자산 강국의 길

연합뉴스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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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K-컬처로 열 디지털 자산 강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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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개시 축하하는 블랙록    (뉴욕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승인에 따라 관련 상품 거래가 시작된 11일(현지시간) 자산운용사 블랙록(IBIT) 관계자들이 개장을 축하하고 있다. 거래 첫날부터 수요가 몰리면서 11개 ETF의 하루 거래 규모는 6조원에 달했다. 2024.01.12     besthope@yna.co.kr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개시 축하하는 블랙록
(뉴욕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승인에 따라 관련 상품 거래가 시작된 11일(현지시간) 자산운용사 블랙록(IBIT) 관계자들이 개장을 축하하고 있다. 거래 첫날부터 수요가 몰리면서 11개 ETF의 하루 거래 규모는 6조원에 달했다. 2024.01.12 besthope@yna.co.kr



지난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11개를 정식 승인했다. 이 결정은 새로운 금융상품 등장의 의미만이 아니라, 암호화폐가 제도권 자산으로 공식 인정되는 상징적 이정표였다.

블랙록, 피델리티, 인베스코 등 유수의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일제히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며 기관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 가상자산 시장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1분기 순유입 120억 달러, 최대 거래일 6조원이 넘는 자금 규모는 그 파급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와 함께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등이 제공하는 '디지털 자산 수탁'(커스티디,Custody) 서비스, CME(시카고상품거래소),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 등 선진 거래 인프라,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 등 법적 감독체계까지 'ETF-커스터디-거래소'의 삼각 축이 탄탄하게 맞물려 있다. 이러한 형태가 미국이 세계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중심으로 군림하게 한 토대가 됐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디지털자산의 ETF 기초자산 편입이 불가능하다.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투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코인거래소 직접투자 외에는 제도권 안전망 없이 사설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역시 해외 암호화폐 ETF 중개까지 불법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하지만 세계 시장 흐름과 투자자 요구, 자산경쟁 심화 등으로 국회, 금융위 모두 법령 개정과 현물 ETF 도입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 미국식 모델의 함정과 한국 시장의 구조적 위험


무작정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면 위험이 더 커질 소지도 크다.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은 투기적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다른 암호화폐를 통칭, 일부는 실질적 가치보다는 투기성·변동성이 강조됨), 이른바 '김치코인' 위주의 가격 변동성, 불투명한 발행공시, 시세조작, 해킹 등 신뢰 위기가 뿌리 깊다.

위믹스 등 국내 대형 알트코인의 디폴트 사태는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미국식 비트코인, 이더리움 ETF 모델을 단순 도입하면, 한국 내 알트코인 중심 시장 특성상 위험은 더욱 증폭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 발행)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STO는 부동산, 지식재산권(IP), 탄소배출권, 인프라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해 분할 소유와 투명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 금융기법이다.


STO는 법적 기초자산이 분명하고, 디지털 거래 기록이 남아 투자자 보호, 신뢰성, 감독 측면 모두에 강점이 있다. 이러한 STO를 기반으로 ETF를 구성하면, 투기적 알트코인 대신 안정성, 신뢰성을 지닌 법적 자산을 기초로 한 투자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특히 음악·드라마·게임·웹툰 등 K-컬처 저작권(IP)을 STO화하고, 지역 박람회 테마곡·관광자산·부동산 프로젝트 등의 실물자산도 증권형 토큰으로 발행해 ETF에 편입하면, 수도권 집중 자본흐름 해소, 지방경제, 지역주권 실현 등 경제민주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K-컬처의 팬과 투자자는 '소비자'가 아닌 '공동 투자자'와 공유자산 소유자가 될 것이다.


커스터디(Custody)는 투자자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 관리하는 수탁 서비스다. 미국의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BNY 멜론, 캐나다 등의 전문기관은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 단위로 자산을 보관해 ETF와 대규모 투자 유치의 신뢰를 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신한·카카오 등 주요 은행권이 커스터디 합작법인 설립·해외 제휴로 기반을 닦고 있으나 아직 제도·기술·안전성에선 걸음마 단계다. STO 등 실물자산 기반 토큰 커스터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거래소는 상장심사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커스터디와 연계한 안전·투명한 거래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 구조에서 STO 자산-커스터디-ETF-증권시장까지 연결고리가 완성될 수 있다. 기존 코인거래소가 독점하는 대신 상장심사와 운영(시장감시)을 분리하면 신뢰성과 투자자 보호가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이에 더해, '은행연합회형 디지털자산협회' 설립이 절실하다. 개별 은행과 증권사가 단독 대응하기엔 시장 변화가 너무 빠르다. 공동 연합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시범사업, 공공 데이터·자산 연결, 투자펀드(정부 기금+민간 출자) 설립 등을 주도하면 실질 유동성과 신뢰, 국제 경쟁력이 한꺼번에 탄탄해진다.

◇'한국형 전략'은 왜 꼭 필요한가?

미국은 ETF-커스터디-거래소 생태계를 수년간 성숙시켜 세계 시장의 법적·기술적 표준을 이미 선점했다. 우리나라는 출발이 다소 늦었지만, K-컬처, 지역산업, 실물 기반 STO, 커스터디와 연합회 협업 등 4대 동력 축을 중심으로 '한국형 모델'을 세울 수 있다.

단기 수익의 알트코인 추종이 아니라, 정책금융·지역 주권·미래산업·문화금융을 모두 잇는 '국가전략 산업'으로 ETF·STO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추종자가 아닌 새로운 모델로 동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제 시급한 것은 미국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기술·금융·문화가 결합한 한국식 '디지털 자산 혁신 생태계'의 독자적 완성이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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