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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12·3 내란 종식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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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12·3 내란 종식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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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MUNDUS TRANSIT, ET CONCUPISCENTIA EIUS’(세상은 지나간다, 그 욕망도 함께)



지난 8월19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강연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대학 명물인 ‘코퍼스 시계’(Corpus Clock) 하단에 새겨진 이 라틴어 문장에 시선이 꽂혔다. 성경 구절(요한일서 2장 17절)에서 유래한 이 문장은 시간과 욕망의 덧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시간을 먹는 자’(chronophage)라는 별칭을 가진 이 시계 위에는 괴물처럼 생긴 대형 메뚜기가 있다. 이 메뚜기가 시계의 톱니를 돌려 마치 시간이 강제로 가도록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이 시계에 마음이 끌린 것은 ‘탈원전’ 수사와 재판으로 보낸 지난 5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감사원 감사를 시작으로 그에게 닥친 시련은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그는 2021년 ‘세계 1% 과학자’(최근 10년간 논문 인용 횟수가 전세계 상위 1%에 해당하는 연구자) 반열에 올랐고, 올해에는 세계 에너지 환경 소재 분야 최고 저널인 ‘이이에스 배터리스’(EES Batteries)의 편집장으로 선출됐다. 신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국내에선 ‘직권남용 혐의 피고인’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의 1심 재판은 4년이 지난 지금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신청한 100여명의 증인 가운데 이제 절반 정도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그동안 재판부는 두차례 바뀌었다. 공판 검사는 세번 교체됐다. 그의 변호사는 재판이 앞으로 2년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또 다른 재판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그의 일상을 옥죈다.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그의 사법적 족쇄는 풀릴 줄 모른다.







과거 검찰이 정부 정책에 대한 수사 자제했던 이유





지난 2022년 6월15일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022년 6월15일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탈원전’ 수사에서 검찰은 설계수명(30년)이 2012년에 끝나 가동이 중단됐다가 2015년 수명 연장으로 재가동된 월성 1호기를 ‘멀쩡한 원전’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성이 충분한데도 이를 저평가해 조기 폐쇄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원전을 폐쇄한 것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전성까지 고려한 조치였다.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 원전은 2000년대 들어 노후화로 잦은 고장을 일으켰고, 그때마다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더욱 심각한 건 방사성 물질 노출 위험이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 몸속에선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많은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암 환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았다. 검찰의 주장은 주민들이 불안해하든 말든 고장이 잦은 오래된 원전이라도 고물이 될 때까지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였다.



주민들의 공포는 2016년 9월12일 경주 일대에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5.8)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극에 달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참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통령이 되거든 원전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문재인 대표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된 뒤 공약을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검은돈’이 오간 것도 없었고, 무슨 이권을 노린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윤석열과 그의 부하들은 문재인 정권이 마치 대단한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검찰이 지금 해체 수준의 개혁에 직면한 이유는 그동안 검찰이 지켜왔던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과거 검찰은 ‘탈원전’ 수사처럼 정부 정책을 겨냥한 수사는 함부로 하지 않았다. 국민적 피해가 발생하거나, 당국자가 뇌물을 주고받은 게 아니라면 될 수 있으면 나서지 않았다.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고 오히려 발 벗고 나섰다. 그래야 윤석열 정권이 살고, 검찰의 기득권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김정은 중개한 정의용 ‘사법적 족쇄’ 풀려났다면





지난 2018년 3월9일(현지시각)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9일(현지시각)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19일 정의용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에게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검찰이 국익을 해치는 행태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문재인 정권이 북송한 탈북어민 2명은 동료 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인한 흉악범이었다. 이들은 우리 해군에 나포될 때까지 어떤 귀순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을 국내에서 재판하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보라인이 이들의 북송을 결정한 건 이런 내용들을 종합한 판단이었다.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권의 안보 전문가들을 초토화하다시피 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치는 시기에, 김정은과 트럼프를 만나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중개’했던 정의용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의 안보 전문가들은 검찰이 채운 족쇄가 없었다면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은 문재인 정권 때는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린 이 사건을 국가정보원과 ‘합작’해 재수사에 나섰다. 정치적 중립은커녕 오히려 정권의 돌격대를 자임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검찰의 이런 행태를 다음과 같이 질타했다. “검사는 국정원의 고발로 시작된 사건임에도 고발인인 국정원이 주는 자료를 거의 그대로 받아 증거로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동일성·무결성 검증에도 사실상 대비하지 않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바, 이른바 검사의 객관의무가 준수된 수사와 기소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윤석열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 100명 신문하겠다는 검찰





지난 2023년 9월14일 서울중앙지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팀 검사와 수사관들이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 2023년 9월14일 서울중앙지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팀 검사와 수사관들이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검사의 객관의무는 검찰을 준사법기관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꼽힌다.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뿐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재판에 제출해 국가 형벌권의 공정성과 피의자 인권 보호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통제 권한도 객관의무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탈북어민 강제북송 수사는 이런 주장이 실체 없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전례 없이 높은데도 검찰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25일 열린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첫 재판에서 검찰은 무려 100명이 넘는 증인을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에 직접 수사권이 없다. 윤석열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기자들을 손보려고 윤석열 사단이 편법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자신의 보스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였다. 보스가 사라져도 검찰의 유전자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검찰의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데도 검사들은 반드시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집권 여당의 검찰청 폐지 방침이 확정된 이튿날인 지난 8일 검찰총장 대행을 맡고 있는 노만석 대검 차장검사는 “이 모든 것이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다. 깊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보다 닷새 전 그는 “보완수사권은 검찰의 의무”라며 여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여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검찰의 잘못이라며 자성까지 해주시니 참으로 힘 빠지는 시국”,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어떤 잘못을 한 건지 특정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비아냥의 글이 올라왔다. 지금 검찰의 문제는 일부 ‘정치검사’들의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윤석열이 있는 동안 검찰 조직 전체가 퇴행한 것이다.







윤석열은 사라졌으나 검찰은 건재하다







윤석열 정권의 등장은 한 편의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됐었다. 윤석열 사단은 박근혜·이명박을 형사처벌한 뒤 ‘적폐 수사’로 힘을 키웠다. 최고 권력기관이 된 ‘윤석열 검찰’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을 좌초시키고 스스로 정권을 잡았다. 검찰개혁의 실패가 ‘검찰정권’을 낳은 것이다.



윤석열은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자신의 실정을 비판하는 시민사회와 언론, 야당을 탄압하는 데 썼다. 그가 ‘친위 쿠데타’로 스스로 몰락하지 않았다면 민주주의의 퇴행에 따른 고통은 더욱 컸을 것이다. 윤석열은 사라졌지만, 검찰은 여전히 건재하다. 지금은 숨죽이고 있으나 언제 다시 준동할지 모른다. 검찰의 시간도 탐욕과 함께 사라져야 한다. ‘내란 종식’은 검찰개혁으로 완성된다.





연재를 마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이 ‘12·3 내란’으로 탄핵소추돼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됐습니다.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국민에게 단 한 마디의 사죄도 하지 않습니다.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으로 법치를 조롱하고, 극렬 지지자들에겐 궐기를 촉구합니다. 나라가 어찌 되든 말든 저만 살면 된다는 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대통령이 나왔을까요. ‘윤석열 부부의 친위대’를 자처한 검찰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윤석열 내란의 뿌리를 추적한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더 많은 이야기를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코너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뉴스 페이지에서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주소창에 아래 링크를 복사해 붙여넣어 읽을 수 있습니다.)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연재모음 QR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연재모음 QR

▶‘찐윤’ 이창수 사표, 윤석열 사단 ‘각자도생’ 신호탄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9518.html?h=s



▶검찰, 칠순 ‘문재인 전 사돈’ 목욕탕까지 찾아가…보복기소의 전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7145.html?h=s



▶내란 사건 “모자이크식 기소” 비난한 윤석열, 문재인 정권 수사는 더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4803.html?h=s



▶윤석열 역린 건드렸다 ‘집단 린치’ 당한 검사…핵심 참모는 승진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7478.html?h=s



▶윤석열 떠나도 ‘윤석열’ 건재한 검찰, 정권교체 앞장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5167.html?h=s



▶공안검찰의 ‘용공조작사건’ 빼닮은 ‘사드 배치 지연’ 의혹 수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1902.html?h=s



▶검사가 국정원 대변…법원도 비판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4335.html?h=s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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