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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투 파이브'보다 힘들지만 어떤 사무직보다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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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투 파이브'보다 힘들지만 어떤 사무직보다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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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튜브 채널 'iGoBart' 바트 반 그늑튼

편집자주

온라인 플랫폼 등장 이후 온갖 콘텐츠가 엄청난 양과 속도로 생산·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주역은 1인 미디어와 독립 채널입니다. 이들이 자본과 기술, 인력을 갖춘 전통적 콘텐츠 생산 구조를 압도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크리에이터들의 창업 이야기와 고민, 애환을 들어보는 인터뷰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바트 반 그늑튼이 작업실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다. 바트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트 제공

바트 반 그늑튼이 작업실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다. 바트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트 제공


유튜브 콘텐츠에는 국경이 없다. 외국인 유튜버들이 한국을 무대로 쏟아내는 영상을 보면 이 말은 더 피부에 와닿는다. 한국을 소재로 한 외국인 유튜버들의 콘텐츠는 여행 등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나 맛집 등 먹거리, 유명 관광지 소개가 주를 이룬다. 한국 역사와 지리에 관심이 많고 북한을 다녀와 영상까지 만든 네덜란드인 바트 반 그늑튼(33)이 눈에 띄는 이유다. 유튜브 채널 'iGoBart'를 운영하며 지난해 서울시 명예시민에 선정된 바트를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네덜란드에서 무슨 일을 했으며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갈등, 영토, 정체성 전공의 인문지리학 석사 학위를 딴 뒤 헤이그에 있는 'CARE 인터내셔널'에서 프로그램 담당자로 1년간 근무했다. 그 직장을 그만두고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6개월 동안 여행했다. 그런데도 네덜란드로 돌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 더 여행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가 지금 아내를 만났고 한국에 머물기로 했다."

-유튜브 채널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2017년 유튜브에서 '바이럴 콘텐츠 크리에이터 강좌' 광고를 봤다. 당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도전이자 어쩌면 새로운 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채널 운영을 정규직으로 삼는다는 건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업료를 내고 강좌에 등록한 후 촬영, 편집, 스토리텔링, 채널 운영 등을 천천히 익혔다. 처음에는 솔직히 말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해 가면서 어떤 사무직보다 더 즐겁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콘텐츠를 추구하나.

"채널의 주요 콘텐츠는 '웰컴 투 마이 동(Welcome to My Dong)' 시리즈다. 서울의 467개 동네를 탐험하며 역사, 숨겨진 아름다움, 일상생활까지 그곳의 이야기에 깊이 파고드는 개인적 모험이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의 표면적 매력을 넘어 사람들이 서울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어 많은 장소가 지역 주민조차 알아볼 수 없게 돼 가고 있다. 단순히 동네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이야기를 사라지기 전에 보존하는 것이기에 많은 시청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제작한 콘텐츠를 소개해달라.

"전체적으로 서울과 한국의 다른 지역을 탐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어떤 콘텐츠가 효과적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시도를 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을 인터뷰하고,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북한을 여행하고, 국제 커플에 대한 영상을 제작하고, 네덜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해 봤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스토리텔링과 다큐멘터리 스타일이 어우러진 여행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에게서 'iGoBart 채널에는 지역 주민조차 몰랐던 것이라든지 항상 배울 게 있다'는 말을 듣는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무엇이고 인기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영상은 네덜란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 대한 영상이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한국 선물을 깜짝 선물로 준 영상의 조회수가 높았다. 또 다른 인기 영상은 북한 여행 다큐멘터리 시리즈인데 2018년에 제작된 것이 있고 2025년에 제작된 것도 있다. 꾸준히 시청률이 높은 영상은 'Welcome to My Dong' 에피소드다.


50만 뷰가 넘는 대부분의 영상은 많은 사람이 직접 해내지 못하거나 본 적 없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Welcome to My Dong' 영상은 다른 이유로 성공적이다. 바로 진짜 한국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필터도, 달달한 코팅도, 미화도 없이 바로 그 동네의 진정한 매력을 그대로 담아낸다."

-영상 기획부터 촬영, 편집, 업로드까지 콘텐츠 제작 과정을 설명해달라. 각 과정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며,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나.

"'Welcome to My Dong' 시리즈의 경우 보통 이야기에 따라 동네를 정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간다. 가끔 팁, 추천, 뉴스 기사, 팟캐스트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직접 동네를 돌아다니며 지역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이야기를 직접 찾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전문가들과 함께 대부분 사람이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조사에는 하루부터 몇 주, 심지어 몇 달까지 걸릴 수 있다. 자료가 충분히 모이면 예비 스토리라인을 구상하고 하루, 이틀, 때로는 그 이상 촬영한다. 편집은 보통 3~5일 정도 걸리고 그 후 업로드를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고, 긴 영상에서 짧은 스토리를 오려 내 쇼츠와 릴스를 만든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거의 10만 명의 팔로어와 공유하고, 유튜브에서는 26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영상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Welcome to My Dong' 영상의 경우 시리즈를 끝까지 완성하기 위한 동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단순히 스토리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매력적인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루는 지역이 대개 매우 틈새시장이기 때문에 그런 특정 주제에 수천 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이는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보니 예상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끊임없이 입소문을 타고 돈을 잘 버는 것처럼 보이는 소수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유튜버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조회 수 확보에도, 수익 창출에도, 지속 가능성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일을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위 10%에 속한다는 게 내겐 행운이지만 그것도 희생 없이 된 건 아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을 좋아하지만 '무료' 콘텐츠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좌절이나 어려움에 놀라지 않았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면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고, 반복하면서 결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내가 가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가고, 협업을 하고, 혼자서 해내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꼈다."


-유튜브 영상 제작 외에 다른 활동이나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언론에 나가고 제 책을 쓰고 서울과 부산에 대한 기사를 쓰고 국가보훈부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지금은 유튜브에 집중한다.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네덜란드 지인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책을 읽고 매주 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일주일에 세 번 PT를 받아 체력을 유지하고 도시 곳곳을 자전거 달리기로 즐긴다. 목표는 서울 467개 동네를 모두 돌아보고 여행에 대한 책을 쓰고 도시 어딘가에서 크게 동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운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시작하고 직접 해 보면서 배워야 한다. 어차피 첫 영상은 엉망일 테지만 그 이후로 계속 나아질 거다.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배우고 발전하고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정주행하며 영감을 얻으면 조금씩 더 발전할 것이다."

유튜브 채널 'iGoBart'의 인기 동영상 'Welcome To My Dong' 시리즈 중 하나인 '이태원동'의 섬네일.

유튜브 채널 'iGoBart'의 인기 동영상 'Welcome To My Dong' 시리즈 중 하나인 '이태원동'의 섬네일.


김범수 선임기자 bs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