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미국인 드러냈다가 봉변당했다”…반미 정서 확산되자 캐나다인 행세

매일경제 박성렬 매경 디지털뉴스룸 인턴기자(salee6909@naver.com)
원문보기

“미국인 드러냈다가 봉변당했다”…반미 정서 확산되자 캐나다인 행세

속보
뉴욕증시, 보합권 출발…S&P500 0.01%↓
미국과 캐나다 국기를 동시에 달고 있는 한 남성 [사진 = 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 국기를 동시에 달고 있는 한 남성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인들이 해외여행에서 단풍잎이 그려진 캐나다 국기를 가방이나 소지품에 달고 캐나다인 행세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재집권 이후 고조된 반미 정서를 회피하고, 우호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미국인들이 국적을 속이는 ‘플래그 재킹’(flag jacking·깃발 속이기)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CNN방송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뉴욕 출신의 33살 여성은 도미니카공화국 여행 중에 미국인 신분을 드러냈다가 봉변을 당하고는 앞으로 여행지에서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로 했다.

이 여성은 여행지에서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다가 미국팀을 응원하는 바람에 진짜 정체를 무심코 드러냈는데, 갑자기 근처 캐나다인이 시비를 걸어와 느닷없는 말다툼을 벌여야했다고 전했다.

또 택시를 탈 때 미국인 신분을 밝히자 승차를 거부당하기도 했다고 이 여성은 전했다.

미시간주 출신 또 다른 여성 역시 유럽 여행 중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조롱을 당한 뒤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바꿔 다니기로 했다”고 CNN에 말했다.


플래그 재킹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를 침공하면서 국제적 비난을 받던 시기에 처음 나타났다.

2005년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는 캐릭터 리사 심슨이 “앞으로 한 주 동안은 난 캐나다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재집권 후 다시 반미 정서를 키우자, 약 20년 만에 이 행태가 재등장한 셈이다.


미국인들은 이를 여행의 ‘꿀팁’처럼 여기지만, 캐나다에서는 문화적 도용이자 국기 모독으로 받아들여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은 최근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심지어 ‘51번째 주로 합병’ 운운하는 등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들이 캐나다 국기를 내세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인들이 단풍잎 국기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캐나다에서는 문화적 강탈·도용이자 국기에 대한 조롱이며, 캐나다의 선의를 해치고 해외에서 캐나다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CNN은 덧붙였다.

캐나다 문화평론가 토드 매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쇼츠 동영상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예비 여권인 줄 안다”며 플래그 재킹에 대해 “탱크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 같다”고 조롱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