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의 고현정. SBS |
왕년의 '언니'들이 돌아왔다. 그것도 '무서운' 언니들로. 배우 고현정은 연쇄살인범 역으로, 배우 이영애는 마약범죄자 역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고현정은 SBS 드라마이자 넷플릭스 공개작인 '사마귀'로, 이영애는 KBS 드라마이자 쿠팡플레이 공개작인 '은수 좋은 날'로 등장한다. 1990년대부터 방송가를 휩쓴 여배우들이 '안방 극장'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동시에 누비는 셈이다.
우선 '사마귀'부터. 이 드라마는 최근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드라마 '세계 10위'에 오르며 흥행을 예고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사마귀'는 한국에서 1위, 베트남·대만 등에서 2위에 올랐다.
고현정은 연쇄살인범 정이신으로 출연한다. 20년 전 5명의 가정폭력범과 아동학대범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수감된 상태다. 피해자들이 여성을 폭행하거나 가정폭력을 저지른 전력을 가진 악인이라 해도 정이신의 살인 방법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혀를 잘라 사체에 집어넣거나 참수하는 등의 기상천외한 수법 때문이었다.
20년이 지난 뒤 정이신의 연쇄살인을 모방하는 범죄가 벌어지자 경찰은 정이신에게 자문을 구한다. 놀랍게도 정이신을 검거했던 형사 최중호(조성하)와 자신의 생모인 정이신을 극도로 혐오하다 결국 경찰이 돼 대신 속죄 중인 아들 차수열(장동윤)이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요청한 것. '살인자의 외출'이란 부제에서 감지되듯, 정이신은 폐쇄된 감옥이 아닌 외부의 격리시설에서 두 형사를 만나고, 직접 범죄 현장에 동행하며 살인범의 심리 퍼즐을 하나씩 맞춰 간다.
고현정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이 작품은 범인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더 폭악한 범죄자에게 도움을 청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전설적 스릴러 영화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킨다. 극 중 정이신의 표정은 '섬뜩한 친절, 정중한 공포, 온화함 속의 잔혹'이란 키워드로 설명될 '양들의 침묵' 속 한니발 렉터를 닮았다. 또 '사마귀'는 살인의 패턴이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도 있다. 프랑스 드라마 'La Mante'가 원작이다.
'은수 좋은 날'의 이영애. KBS |
'은수 좋은 날'의 이영애는 마약 판매상으로 출연한다. 20일 첫 방영 예정인 이 작품에서 이영애가 연기한 은수는 평범한 주부였지만, 수백억 원짜리 마약을 발견한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편과 담보로 잡힌 집에서 내쫓기기 직전인 음울한 현실로 인해 은수는 '약팔이'가 된다. "하나님, 나 그동안 정말 착하게 살았으니 이번 한 번만 눈감아주세요"라면서.
은수와 함께 마약을 파는 문제적 인물은 이경(김영광)으로, 은수의 딸 수아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방과 후 미술교사로 근무 중이다. 하지만 진짜 정체는 마약상이었다. 은수와 이경의 뒤를 광남경찰서 마약수사팀장 장태구(박용우)가 쫓는다. 어느덧 한국에서 보편화된 범죄로 떠오른 마약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불법을 감행하는 시대 현실까지 응축한 작품이다.
고현정과 이영애가 무거운 캐릭터를 소화하는 반면, 배우 엄정화는 ENA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ENA 드라마 1위, 티빙 공개작 전체 1위를 수성 중이다.
2000년 연예계 시상식에서 '올해의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대스타였던 임세라(엄정화)가 트럭 충돌사고 후 눈을 떠보니 '25년'이 지나버렸다는 내용을 담았다. 형사 독고철(송승헌)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임세라를 돕는 조력자로 나온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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