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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난항, 기업은 해외로… KB證 “원화 강세 속도 제한”

조선비즈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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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난항, 기업은 해외로… KB證 “원화 강세 속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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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KB증권은 원화 강세 속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19일 전망했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 끝나지 않은 관세 협상’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평가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 간 대미(對美) 투자 펀드 관련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합의 이후에도 문제가 남는다는 게 류 연구원의 설명이다.

일러스트 = 챗GPT 달리

일러스트 = 챗GPT 달리



먼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면서 원화 가치를 뒷받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가 3500억달러, 한국 기업이 자체적으로 1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다. 원화 기준 각각 472조5000억원, 202조5000억원 규모다. 투자가 3년여에 걸쳐 이뤄지기는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가 237조원인 점을 고려할 때 국내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류 연구원은 내다봤다.

당장 한국 전체 제조업 생산의 7.6%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부터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류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은 이미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장해 왔지만, (후속) 합의 지연으로 추가 현지화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부품 업체들 역시 대미 매출 불확실성으로 국내 생산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부터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국내 직접투자 규모를 웃돌고 있다. 유입되는 투자 규모보다 유출되는 투자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특히 2020년 이후 한국의 북미 지역 직접 투자 규모가 326억달러인데, 대미 펀드 등에 합의하면 앞으로 4년간 기존보다 4배 수준의 돈을 미국에 투입해야 한다.

류 연구원은 “이런 현상이 이미 수출 호조가 내수 낙수효과로 이어지는 구조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잠재성장률 하락 속 중장기적으로 내수 경기에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대미 펀드를 위해 국내에서 국채 발행 등이 불가피한 점도 원화 강세를 지연시킬 요소다. 류 연구원은 “정부가 대미 투자를 정책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및 보증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결국 그 자금 또한 한국에서 정책 금융기관의 채권 발행이나 정부 직접 출자 등을 통해 조달돼야 한다”며 “2026년에 이미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국채를 추가 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며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 체력) 면에서도, 수급 측면에서도 원화 강세 속도를 제한할 만한 요소로 판단한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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