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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무기한 파업" 선언한 국립대병원 노조, 경찰과 대치까지

머니투데이 정심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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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무기한 파업" 선언한 국립대병원 노조, 경찰과 대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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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강원대·경북대·충북대병원 노조 "24일부터 무기한 파업"

민주노총 산하 의료연대본부 소속 국립대병원 노조원들이 18일 기자회견 직후 서명지를 대통령실에 제출하기 위해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병력이 이들을 저지하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민주노총 산하 의료연대본부 소속 국립대병원 노조원들이 18일 기자회견 직후 서명지를 대통령실에 제출하기 위해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병력이 이들을 저지하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4개 국립대병원 노조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자신들의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4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노조 100여명은 이날 각자 서명한 '서명지'를 대통령실에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경찰병력과 대치하며 한때 물리적 충돌 직전의 상황까지 치닫았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의료연대본부 소속 서울대·강원대·경북대·충북대병원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지역·공공의료가 무너져가는데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엔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할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없고 예산도 없는 공허한 대책"이라며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24일부터 전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지역격차 해소, 필수 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가 84번 과제로 명시됐다.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해 지역 간 '치료 가능 사망률'(시의적절하게 치료가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조기 사망률)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게 이 과제의 목표다. 일반적으로 의료환경이 낙후한 지역의 치료 가능 사망률이 서울 등 수도권보다 높다. 이재명 정부는 "2023년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 1위 시도가 49.9명(최대), 17위 시도는 36.9명(최저)"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똑같은 응급상황이 나타나더라도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13명의 목숨이 좌우된다는 얘기다.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중 84번 과제로 명시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방안. /자료=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중 84번 과제로 명시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방안. /자료=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의료연대본부 박경득 본부장은 "어느 지역에서 사는가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달라진다는 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며, 권역책임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의료대란 사태 이후 국립대병원 중 11개 종합병원(국립대병원 중 4개 치과병원 제외)은 2024년 5639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2023년 적자액 2847억보다 무려 96%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국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 가운데 11개 국립대병원은 지난해 5639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의정갈등 속에서 국립대병원의 경영상태는 전년(2023년) 적자액(2870억원)보다 96%포인트 더 증가한 것이다. 그중 충북대병원은 지난해 418억원의 적자를 봤다. 적자 규모로는 개원 이래 최대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200억원을 차입한 상태다. 이날 충북대병원분회 권순남 분회장은 "의료공백을 간호사들의 희생으로 메꿨지만 치료 가능했던 환자의 사망률이 치솟고, 전공의 사직 등으로 환자가 찾아오지 못하니 재정까지 악화했다"며 "결국 지역·공공의료 위기가 찾아오고, 이제는 직원들 임금체불까지 발생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 정부예산(안)에도 윤석열 정부의 지역·공공의료 예산과 비교해 특별한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26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AI(인공지능)·바이오헬스 산업육성에 대한 지원예산은 올해보다 4525억원이 늘었다. 반면 각 권역의 최종 진료를 담당하는 권역책임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예산은 올해 815억원에서 내년 956억원으로 141억원 증액된 것으로 책정됐지만, 이 가운데 AI 진료모델 도입지원 신설예산(142억원)을 제외하면 오히려 1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지역·공공의료의 중추인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예산은 올해 2029억원에서 내년 2039억원으로 10억원 증액에 그쳤다. 서울대병원분회 박나래 분회장은 "최근 정부와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현재까지 특별한 진전은 없다. 국정과제로 제시된 슬로건은 화려하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 대책이 없는 화려한 말 잔치"라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심폐소생술 수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도 정부 예산에 반영조차 안 된 추상적이고 공허한 국정과제의 발표로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병원과 돌봄 노동자들은 절망했다"며 "지난 17일 경고파업보다 '더 강력한' 공동파업을 오는 24일부터 무기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대병원 노조원들이 18일 이들이 요구안에 각자의 이름을 적은 서명지를 대통령실에 제출하기 위해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국립대병원 노조원들이 18일 이들이 요구안에 각자의 이름을 적은 서명지를 대통령실에 제출하기 위해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앞서 지난 8월부터 국립대병원 노조는 "위기의 공공·지역의료 심폐소생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다"며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국립대병원 노동자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18일 현재 중간 집계 결과 70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립대병원 노조원 100여명은 각자 직접 작성한 서명지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실 민원실을 향해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 50여명은 "'기자회견' 목적이 아닌 단체 행진은 불가하다"며 이들의 행진을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은 "개별적으로 민원을 접수하려는 건데 경찰이 무슨 근거로 막아서느냐", "길을 막지 말라"며 고성이 오갔다. 이런 대치는 30분 넘게 이어졌고, 이후 경찰과 노조 측은 '10명씩 이동하는 것'을 조건으로 10명씩 나눠 민원실로 이동해 차례로 접수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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