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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로 부르는 오페라 '화전가'…"표준어보다 훨씬 음악적"

연합뉴스 임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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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로 부르는 오페라 '화전가'…"표준어보다 훨씬 음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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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동명 연극 재창작…"공동체 가치 성찰하게 할 작품"
대사에는 사투리 말맛, 아리아엔 사투리 억양…내달 25∼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화전가' 소개하는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페라 '화전가' 소개하는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빌것도 없는 인새이 와 이래 힘드노?"(별것도 없는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드냐?)

경북 안동 사투리를 대사와 아리아에 담아낸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화전가'가 다음 달 25∼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동명의 연극을 오페라로 재창작한 작품으로, 한국전쟁 직전 여인들의 삶을 통해 여성의 강인함과 연대, 희망을 그렸다.

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스튜디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딸 등 9명의 여성이 화전을 부치며 삶을 나누는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세대와 공동체를 다시 성찰하게 할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미 연극으로 제작돼 화제가 된 작품인 만큼 오페라에서는 원작자인 배삼식 작가의 대본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반영할 예정이다. '화전가'가 오페라 연출 데뷔작인 정영두는 "작가와 작곡가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세계관을 최대한 존중하게 되더라"며 "작가와 작곡가의 세계관을 무대에서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정 연출은 다만 연극과 달리 다수의 코러스가 무대에 올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코러스들은 단지 소리의 기능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1950년 당시 인물의 정서와 상황, 당시 대중들의 모습 등 시각적 기능까지 조화롭게 표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페라 '화전가' 정영두 연출[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페라 '화전가' 정영두 연출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안동 지역 사투리를 담아낸 음악이다. 사투리의 살아 있는 말맛을 녹인 대사는 물론, 아리아에 사투리의 억양을 녹여 완벽한 선율을 완성해냈다. 작곡을 맡은 최우정은 "본래 사투리는 표준어에 비해 훨씬 음악적"이라면서 "(억양의) 높고 낮음이 확연해서 일상의 언어보다 (음악적으로) 몇 배는 고양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원작 연극은 물론 이 작품에서도 남성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시아버지는 독립운동하다 사망했고, 아들들도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감옥에 갇혔거나,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이 극단적으로 응축되고, 자연스럽게 노래로 표출된다고 한다. 최 작곡가는 "오페라는 뮤지컬과 달리 노래에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극적인 갈등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깊은 극적 갈등이 이미 전제된 상황에서 어느 역할이 노래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페라 '화전가' 최우정 작곡가[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페라 '화전가' 최우정 작곡가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이 동시대성을 반영하는 작품 창작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인공지능(AI)을 소재로 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나 판소리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화제를 모은 국립창극단의 '심청'처럼 현대 사회를 반영한 작품 창작에도 국립오페라단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단장은 "이번에 저희가 하는 작업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를 던져주기 때문에 마냥 과거지향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관객이 공감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이 충분히 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소재를 떠나 지역 사투리를 기록하는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눈여겨봐달라고도 부탁했다. 정 연출은 "안동의 사투리가 사라지고 지금의 세대도 사라진다면 그곳의 정서를 담아내는 언어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사라져가는 문화의 보고(寶庫)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화전가' 포스터[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화전가'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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