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 미술관 30주년 특별전
‘미술관을 기록하다’ 12월까지
‘미술관을 기록하다’ 12월까지
성지연 ‘미술관 포트레이트_포즈 #5’ [성곡미술관] |
성곡미술관은 서울 내수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고 30년의 세월을 쌓아올렸다. 작은 정원을 품은 이 조용한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골똘히 작품을 바라보는 모습을 성지연 작가는 사진으로 찍었다. 관람객의 표정을 볼 순 없지만, 이들이 미술에 몰입하는 순간과 미술관의 공간이 어우러져 근사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야말로 미술관의 역사가 미술이 된 셈이다.
쌍용그룹 창업주 고(故) 성곡 김성곤(1913–1975)의 철학을 바탕으로 1995년 개관한 성곡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유망 작가를 발굴해왔다. 11월 설립 30주년을 앞둔 성곡미술관이 지난 세월을 예술적으로 되짚는 ‘미술관을 기록하다’ 기념전을 12월 7일까지 연다.
성곡미술관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 감각을 예술적 언어로 탐색하는 실험적 전시다.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14인의 국내외 작가들이 미술관과 그 주변의 풍경, 계절, 흔적을 재해석했다. 김수영은 성곡미술관 2관의 건물을 유화로 그려냈고, 김태동은 건물 곳곳의 낯선 공간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김준은 ‘잔상의 정원’을 통해 성곡미술관의 내부·외부에서 채집한 소리를 들려주는 사운드 작업을 선보인다. 이세경, 송재환, 염중호 등 이 미술관에서 크고 작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독특한 작업을 통해 미술관에 ‘기억의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조르주 루스는 가장 야심만만해 보이는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특정한 시점에서만 온전한 이미지가 보이는 ‘아나모르포시스(anamorphosis)’ 기법을 활용해, 3차원의 공간에 가상의 2차원적 도형을 그리고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는 작가다.
신작 ‘서울, 성곡Ⅱ’은 전시실 전체를 페인트로 칠해서 마치 한 점의 회화처럼 보이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발자국이 표시된 특정 위치에서만 보이는 20칸의 총천연색 블럭이 감탄을 자아낸다. 미술관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에 대한 예술적 오마주이자, 이 장소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시각적 사건을 창조한 작품이다.
조르주 루스 ‘서울, 성곡Ⅱ’ [성곡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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