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협상 평행선 지속…車 관세 15% 인하 시행 '안갯속'
한·일 車 관세 역전…美 생산 조달 확대·수출 지역 조정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 중인 아이오닉 5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관세 25%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렵게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시행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속이 타들어가는 곳은 자동차 업계다.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은 15%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은 기대했던 관세 15% 인하 시행이 늦어짐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부품 현지 조달을 확대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정부 "협상 시한에 묶여 국익 포기 안 할 것"…車 관세 15% 인하 시행 '안갯속'
17일 대통령실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16일) 기자들과 만나 "시한에 쫓겨 기업들이 크게 손해 볼 일은 대통령이 사인(서명)할 수 없다"며 "협상 시한에 묶여 국익에 관한 대통령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의 무리한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 역시 물러설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관세 인하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4월부터 자유무역협정(FTA)과 관계없이 자동차 및 부품에 25% 품목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한다. 2025.9.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한·일 車 관세 역전…도요타 캠리, 현대차 쏘나타보다 더 저렴해질 것
한국과 미국은 7월 말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25%에서 15%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역시 한국보다 약 한 주 앞서 같은 관세율로 합의했고, 일본은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16일(현지시간)부터 15% 관세 인하 행정명령이 시행했다.
일본산 자동차 15% 관세 인하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관세는 각각 25%, 15%로 10%포인트(p) 벌어졌다. 자동차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서 경쟁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현대차·기아와 도요타, 혼다 등이 대표적인 업체다.
4월 25% 관세 적용 전에는 한국의 경우 FTA에 따라 무관세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했다. 일본은 기본 관세 2.5%를 적용해 한국산 자동차가 일본산 자동차보다 수출에 유리한 구조였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리면서 일본산 자동차는 한국산보다 우위에 서게 됐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도요타 캠리가 현대차 쏘나타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완성차 업계는 관세 인하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수조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올해 2분기 현대차·기아는 관세로 약 1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5% 관세가 지속할 경우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에 각각 4000억 원, 3000억 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2025.8.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美 완성차 생산·현지 부품 조달 확대…수출 물량, 미국 줄이고 유럽 늘리고
현대차·기아는 미국 생산 확대와 수출 지역 조정 등으로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지 부품 조달을 확대하고 생산을 늘려 관세 적용 물량을 최소화하는 한편 국내 공장 생산 물량은 유럽 등으로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수출 지역 조정은 무역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자동차 수출은 55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했다. 역대 8월 기준 최고치다. 지역별로 미국향 수출은 전년 대비 15,2% 감소한 20억 9700만 달러로 6개월 연속 줄었고, 유럽은 13억 3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0.9%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미국 조지아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했다. 연산 30만 대 규모로 조성한 이 공장은 향후 50만 대까지 생산 캐파를 늘릴 계획이다.
HMGMA 가세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량은 지난해 약 70만 대에서 올해 100만 대, 향후 120만 대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올해 기준 생산 캐파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170만 대)의 58.8% 수준이다.
또 현지 부품사와 협력 확대를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 중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중은 48.6%로 혼다(68.9%), 도요타(53.7%) 등 경쟁 업체보다 낮아 부품 관세 부담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지 부품 조달 및 생산 확대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관세 협상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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