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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 시간끌기? 세 사건 동시 재판·증인 신문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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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 시간끌기? 세 사건 동시 재판·증인 신문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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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해병특검 소환조사 불출석 사유서 제출"…2차 소환조사 불발
[팩트체크] 지귀연 '침대 재판' 논란 따져보니
윤 재판에 내란죄 군인·경찰 재판도 진행
주 3,4회 공판... 박근혜 때보다 적지 않아
양측 증인 신청 수백명... 속도 내는데 한계
서울중앙지법 과부하... 특검 사건 밀려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사진공동취재단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사진공동취재단


"지귀연 판사는 윤석열 내란 재판을 '침대 축구'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은 구속기간 만료로 또 석방돼 감옥 밖으로 나와 출퇴근하며 재판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5일 최고위원회의)

"본 재판부는 주어진 시간적·물적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해 심리하고 있다. 오늘(8일)까지 총 60회 가까이 재판을 진행하고 12월까지 50회가 넘는 재판을 추가 진행할 예정이다. 12월에는 심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뭐라 하든 억지로 재판을 빨리하거나 늦출 생각은 없다." (지귀연 부장판사·8일,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공판)

여당은 연일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를 도마에 올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판부가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이면에는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다. 지 부장판사가 고의로 내란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을까. 쟁점과 법정 상황 분석을 통해 재판 지연 논란의 실체를 살펴봤다.

① 박근혜 재판은 빨리하더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은 주 4회, 총 105차례 열리며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여권은 박 전 대통령 재판과 비교하며 "윤 전 대통령 재판은 8, 9일에 한 번 열린다"며 저의를 의심한다. 하지만 두 사건은 혐의, 범죄 규모와 구조, 증인 숫자 등이 다르다. 현재 형사합의25부에 배당된 내란 사건은 크게 세 갈래다. △윤 전 대통령 사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예비역 대령 등 군 인사 사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사건 등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만을 기준으로 보면 주 1회 재판이지만, 실제 내란 재판은 주 3, 4회 열리는 셈이다. 현재까지 63회 공판이 열렸고, 12월까지 110회 공판이 예상된다.

② 심야 재판은 왜 안 하나?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은 심야에도 열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공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고 수사 단계에서도 방어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부분 사건에서 심야 재판이 불가능한 분위기"라며 "재판 중 피고인 방어권 이슈가 발생하면 절차는 오히려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③ 증인은 왜 이리 많나?

내란 재판은 증인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 박 전 대통령 재판 당시 증인은 130여 명 규모였다. 내란 재판의 경우 16일 기준으로 △윤 전 대통령 사건 41회 △군 인사들 사건 33회 △경찰 수뇌부 사건 29회 등으로 총 증인신문이 103회 이뤄졌다.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 및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 아직 증거인부조차 하지 않아 '전체 부동의'를 전제로 많은 증인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내란 특검팀이 세 사건에 신청한 증인은 각각 100여 명, 100여명, 수십명 규모로 추산된다. 검찰은 2월 경찰 수뇌부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에 "부동의를 전제로 현재까지 파악된 증인은 520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건을 병합해도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는 수단은 많다. 피고인 측이 추가로 증인을 신청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재판부는 재판 속도를 내려고 양측에 증인 정리를 촉구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향후 군사법원 사건과 탄핵심판 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하면 재판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④ 판사를 대거 투입하면 안 되나?

법원은 법관 정기인사가 난 2월부로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신규 사건 배당을 중지한 상태다. 보통 형사항소부에만 두는 재판연구원 1명도 유일하게 추가 배치했다. 다만 내란 사건에 앞서 배당된 보건범죄, 식품·의약품 범죄 사건은 재배당이 어려워 함께 진행 중이다.

⑤ 이제라도 더 속도 내려면?

법원 안팎에선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내 다른 재판부를 내란 재판에 추가 투입하면 좋겠지만 전체적으로 과부하 상태라서 녹록지 않다. 3개 특검에서 상당한 규모의 추가 기소가 예고된 데다 일반 사건 적체도 이미 심각한 상태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추가기소 사건인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 △김 전 장관 추가기소 건은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는 형사합의32부(부장 강완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우두머리 방조 혐의는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에서 각각 심리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이 기소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재판은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 △이일준 전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 등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 재판은 형사합의34부가 맡았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