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또 한 번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지난해 11월 에릭 텐하흐 뒤를 이어 지휘봉을 쥔 포르투갈 출신 아모링 감독은 팀을 부활시키겠다던 약속과 달리, 막대한 자금 지원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팬들은 2억5000만 파운드(약 4699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 투입에도 팀이 제자리를 맴돌자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맨유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 EPL 원정 4라운드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맨체스터 더비 몰패는 팬들 분노를 극에 달하게 했다. 아모링 감독 지도력을 둘러싼 의문 역시 증폭됐다.
경기 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선 일부 팬들이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포르팅 CP(포르투갈)를 이끌며 프리메이라 리가 우승 2회, 리그컵 2회, 슈퍼컵 1회 등 다수의 트로피를 들어 올려 ‘신흥 명장’으로 떠올랐다.
10개월 전만 해도 맨유는 아모링 감독이 팀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지난 시즌 맨유는 EPL 15위로 한 해 농사를 마쳤다. 텐하흐 감독이 경질될 당시 14위였던 레드 데빌스는 감독 교체 후에도 순위 상승에 실패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선 EPL 17위 토트넘에 0-1로 져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거머쥐지 못했다.
맨유 팬들은 팀이 다시 세계적인 명문으로 부활하기는커녕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럼에도 맨유는 아모링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 갔다.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마테우스 쿠냐(←울버햄튼 원더러스) 브라이언 음뵈모(←브랜트퍼드) 베냐민 셰슈코(←RB 라이프치히) 등 준척급을 대거 영입해 전방을 크게 강화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역시 경기력이 암울했다.
개막 4경기에서 1승 1무 2패, 카라바오컵에서는 4부 리그팀 그림즈비 타운에 승부차기 끝에 고개를 떨궈 조기 탈락했다.
현재 리그 순위는 14위. 팬들 인내심은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맨유 부임 후 아모림의 공식전 승률은 36%에 머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레드 데빌스 정규 감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리그 승률은 무려 26%로 그보다 더 낮다"며 혀를 내둘렀다.
팬들 불만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소셜미디어에 “이대로라면 맨유의 명문 구단 위상은 완전히 소멸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모림 부임 이후 맨유는 공식전 31경기에서 승점 31을 얻는 데 그쳤다. 이 역시 그가 EPL 입성 후 맞붙은 17개 구단 가운데 공동 최하위다. '꼴찌 동지'는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까지 손흥민이 몸담았던 토트넘 홋스퍼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아모링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공언했으며 구단 보드진 역시 수장 교체 계획이 없다 반응했다. 조금은 더 시간을 주겠다는 분위기”라고 적었다.
축구 전문가는 한목소리로 아모링 감독이 EPL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을 꼬집는다. 공세적인 전술과 짧은 패스 위주의 스포르팅식 축구가 EPL의 빠르고 강한 피지컬 무대에 쉽게 녹아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선수단 구성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높은 이적료를 투자했음에도 팀 내 조화와 조직력 부재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원 에이스'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보좌해줄 체력과 헌신성 높은 6번 미드필더 결핍이 대표적이다.
맨유는 여전히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하는 흐름이다. EPL 역사상 최악의 승률과 2억5000만 파운드의 투자 실패, 그리고 라이벌전 완패까지. 아모링 감독은 물론 맨유의 앞날 또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뒤 12년간 그래왔듯 한결같이 풍전등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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