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인다. 연합뉴스 |
정부가 결국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15일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를 되돌리는 수준이었는데도 일부 주식투자자들의 반발에 밀려 뒷걸음질한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대주주 기준 확대마저 무산되면서 자본이득 과세 강화는 한층 요원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서 “과세 정상화와 자본시장 활성화 필요성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함께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7월 말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는데, 약 한달 반 만에 취소한 것이다. 주식투자자들의 반발과 함께 여당이 반대 의견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마저 여당 손을 들어주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책임 있는 정부라면 자본이득 과세를 향한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여당 인사 중에서 그 어느 누구도 자본이득 과세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현행 주식양도세 과세 제도에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대주주들이 과세 회피를 위해 연말에 일시적으로 주식을 팔아 주가가 출렁이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증권거래세 중심의 과세 체계는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 세율로 부과하고 투자 손실을 본 사람들까지도 세금을 물린다는 점에서 매우 역진적이다. 선진국들처럼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차익을 남긴 투자자에게만 물리는 자본이득세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이미 100년 전부터 자본이득세 체제를 갖춘 미국 같은 나라에 견주면 우리의 세제는 매우 불공평하고 후진적이다.
우리나라는 소득 양극화보다 부의 양극화가 훨씬 심각하다. 부의 양극화는 주로 부동산·주식 같은 자산 소유 격차에서 비롯된다. 근로소득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8개 구간으로 나눠 6~45%의 누진세율을 부과해 상당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낸다.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은 묵묵히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목소리 큰 일부 주식투자자들이 반발한다고 정부가 정책을 뒤집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근로소득 과세와의 조세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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