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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과 다른 韓 전통회화, 더 많이 알아야 보존처리도 가능"

이데일리 장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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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과 다른 韓 전통회화, 더 많이 알아야 보존처리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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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해외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들
8~13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워크숍 참가
보존처리 스튜디오·공방 찾아 韓 전통 배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품 생명 연장하는 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동아시아의 불교 회화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의 괘불(야외 법회에서 사용하는 대형 불화)은 중국·일본과 비교가 안 되는 거대한 스케일이라 놀라웠습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보존처리 전문가 쿠스노키 쿄코(왼쪽부터, 대영박물관), 차이 신전(보스턴 미술관), 태미 홍(필라델피아 미술관), 제니퍼 페리(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보존처리 전문가 쿠스노키 쿄코(왼쪽부터, 대영박물관), 차이 신전(보스턴 미술관), 태미 홍(필라델피아 미술관), 제니퍼 페리(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보존처리 전문가 제니퍼 페리는 13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 호텔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워크숍을 통해 중국, 일본과는 또 다른 한국 문화만의 매력을 알 수 있었고, 그 매력이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은 재단이 해외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유산 보존처리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제공을 위해 2017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외국에서 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올해는 해외 주요 박물관·미술관에서 활동 중인 한국 회화 보존처리 전문가 21명이 한국을 직접 찾아 이번 워크숍에 참여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보존처리 펠로우 태미 홍(왼쪽, 필라델피아 미술관), 보존처리 전문가 제니퍼 페리(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보존처리 펠로우 태미 홍(왼쪽, 필라델피아 미술관), 보존처리 전문가 제니퍼 페리(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참가자들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워크숍을 통해 전국 주요 보존처리 스튜디오와 공방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잘 알지 못한 한국 문화유산, 그 중에서도 옛날 그림의 소재와 제작 과정 등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보존처리 펠로우 태미 홍은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은 장황(두루마리·족자·첩·책·병풍 등으로 꾸미는 표지장식)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보존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워크숍을 통해 한국 전통회화의 차별점과 특징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돼 향후 보존처리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보스턴 미술관의 보존처리 전문가 차이 신전(Hsin-Chen Tsai)은 “한국의 보존처리 현장을 직접 보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우리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느꼈다”며 “옛 문화유산의 상태를 개선해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는 점이 보존처리 전문가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고 덧붙였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보존처리 전문가 쿠스노키 쿄코(왼쪽, 대영박물관), 차이 신전(보스턴 미술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보존처리 전문가 쿠스노키 쿄코(왼쪽, 대영박물관), 차이 신전(보스턴 미술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그동안 해외의 미술관·박물관이 한국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처리했는지에 대한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페리가 전한 ‘스나이더 컬렉션’과 관련된 에피소드였다. ‘스나이더 컬렉션’은 1970년대 주한 미국대사였던 리처드 스나이더의 부인 레아 R. 스나이더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모은 컬렉션이다.

페리는 이 중 19세기 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호랑이를 탄 신선’에 대해 “스나이더 부인이 작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한국 골동품상을 통해 장황 처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에도 한국의 자문을 통해 보존처리를 한 작품이지만, 지금이라면 한국과 더 깊은 협업을 통해 보다 전통에 가깝게 보존처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보존처리 전문가 쿠스노키 쿄코(왼쪽부터, 대영박물관), 차이 신전(보스턴 미술관), 태미 홍(필라델피아 미술관), 제니퍼 페리(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4회 해외전문가 보존처리 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보존처리 전문가 쿠스노키 쿄코(왼쪽부터, 대영박물관), 차이 신전(보스턴 미술관), 태미 홍(필라델피아 미술관), 제니퍼 페리(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보존처리 전문가들은 문화유산 보존처리의 중요성을 미래 세대와의 연결에서 찾았다. 대영박물관의 보존처리 전문가 쿠스노키 쿄코는 “보존처리는 우리가 가진 유물, 회화의 상태가 나빠지는 걸 방지하면서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페리는 “보존처리 전문가는 눈앞의 예술작품을 복원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눈앞의 예술작품이 어떤 세월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며 “보이지 않는 손으로 눈에 띄지 않게, 그러면서도 작품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보존처리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