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상·로커스상 등 휩쓸어…서울국제작가축제서 김초엽과 대담
밴드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극립현대미술관 전시서 영감 받아"
밴드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극립현대미술관 전시서 영감 받아"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한 소설가 세라 핀스커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SF(과학소설)의 묘미는 현실에서 벗어나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경험에서 한 발 떨어져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필립 K. 딕상 등 세계 유명 SF 문학상을 석권한 미국 작가 세라 핀스커(48)가 14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SF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핀스커는 이날 김초엽(32) 작가와 '보 이 는 것 보 다 (리얼)'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그는 대담 주제에 관해 "스스로를 멀리서 바라봄으로써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 거리감이 보이는 것보다 더 리얼한 것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김초엽은 "현실을 더 잘 바라보기 위한 장르로서 SF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사는 세계는 너무 복잡하고 많은 것들이 엉켜있는 실타래 같아서 내부를 살펴볼 수 없지만, SF가 이 실타래를 풀게 해준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만난 세라 핀스커와 김초엽 |
최진석 문학평론가가 사회를 맡은 대담은 두 작가의 작품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관객들의 질문에 작가들이 답변하는 시간이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 번역 출간된 핀스커의 소설집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에 떨어진다'에는 '기억살이 날'이란 단편이 실렸다. 전쟁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 돌아온 사람들이 1년에 하루만 그때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술이 가능한 세계를 그렸다.
핀스커는 "저는 역사학을 공부했고 미래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기억과 정체성이란 주제는 우리의 미래와 맞닿아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과거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며 "'기억살이 날'에서 전쟁 참전 용사인 엄마의 딸은 전쟁터에서 싸웠던 이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배우면서도 '이게 정말 좋은 일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설집의 표제작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에 떨어진다'는 거대한 해양 재난 이후 육지가 황폐해지자 기득권층만 식량과 연료를 실은 거대한 배에 탄 채 생활하는 이야기다. 이처럼 멸망한 세계에서도 육지에 남은 사람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핀스커는 "세계 멸망 이후의 상황에서도 고립된 육지에 많은 사람이 있고 그들이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며 "저는 낙관주의자여서 (작품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희망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담에서 발언하는 세라 핀스커 |
미국에서 밴드의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하는 핀스커는 "음악과 소설의 공통점은 스토리텔링"이라며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짧고 빠르게 주제에 도달할 수 있고 박자를 담을 수 있다면 노래가 되고, 주제가 더 길고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면 소설의 형식을 빌리게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해 "어제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서 멋진 전시를 보고 작품에 영감을 받아 곧바로 밤에 글을 조금 썼다"며 "영감을 받으면 곧바로 글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한 소설가 김초엽 |
김초엽은 "공존이라는 것이 아름답고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한 개념이 아니라 굉장히 폭력적이고 불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공존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해야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가 한발 물러나 양보하고 타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공존이라기보다 이미 타자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공존이라는 생각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배 SF 작가인 핀스커와 만난 김초엽은 "핀스커 작가님이 자국에서 독자를 만나면 '제가 평소 SF를 안 읽는데 작가님 덕에 읽게 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들었다"며 "저도 한국에서 똑같은 말을 자주 듣고 있어서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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