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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내 ‘한학자 비서실장 책임론’…“배후 실세지만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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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내 ‘한학자 비서실장 책임론’…“배후 실세지만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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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인 정아무개 씨가 지난 8월8일 조사를 받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학자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인 정아무개 씨가 지난 8월8일 조사를 받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에게 오는 15일 출석을 통보한 가운데 통일교 내부에서 한 총재의 비서실장 정아무개씨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김건희 여사 선물용 금품을 건넨 혐의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구속됐지만, 사실상 한 총재와 최종 의사결정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는 정씨는 법적 책임을 피해가고 있단 지적이다.



정씨는 1990년대 한 총재의 수행비서로 발탁된 뒤 통일교 내 최상위 행정 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을 맡는 등 ‘통일교 2인자’로 꼽힌다. 통일교가 ‘정교일치’(정치와 종교가 하나로 통합돼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 형태) 이념을 강조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씨는 한 총재와 함께 배후에서 실무적으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2월8일, 3월22일 경기도 가평군의 천정궁을 방문해 금품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쇼핑백을 받아갔을 당시 정씨가 배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정씨가 한 총재의 비밀금고에서 현금을 꺼냈고, 이 쇼핑백이 권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특검팀에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고 한다.



특검팀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 이후 통일교는 주요 지도부를 대거 해임·교체했지만, 정씨는 주요 보직에 측근을 앉혀놓고는 여전히 막후에서 실세 역할을 한다는 뒷말도 나온다. 통일교의 한 간부는 “윤영호가 대장 행세를 했지만 실권자는 정씨로,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면서도 이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생(세계일보 전 사장) 등으로 인사를 전횡하다가 논란이 일자 천무원 부원장 자리는 내려놨지만, 그걸(권한) 유지하기 위해 미국에서 사람을 데려와 주요 보직에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내부에선 교단과 윤석열 정부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 정씨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 메시지가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통일교 원로 그룹인 국가메시아협의회(185개국) 대표는 지난 9일 ‘현 특검 사태의 대내외 모든 책임은 정씨가 져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정씨는) 현재 문제의 장본인으로 정아무개 실장-윤영호 본부장 체제를 구축해 10년간 통일가를 전횡했다”며 “한 총재의 비서실장, 천무원의 부원장 지위로 2인자 행세를 하며 때로는 정면에서, 때로는 필요에 따라서 배후에서 주도해왔다”고 지적했다. 한국 6천가정회도 지난 11일 성명서로 “실정법 위반의 책임은 정씨의 몫”이라며 “현 특검 사태의 책임을 놓고 확실한 행동을 보이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오는 15일 오전 10시께 한 총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이 세 번째 소환 통보로, 한 총재는 지난 8일과 11일 건강상 이유로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 내부에선 한 총재를 조사한 뒤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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