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 韓과학자 최초
‘佛 최고훈장’ 레지옹 도뇌르 수훈
“韓·佛 과학 분야 협력·발전 기여”
베르투 대사 “과학적 성과에 경의”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 대표 모델”
‘佛 최고훈장’ 레지옹 도뇌르 수훈
“韓·佛 과학 분야 협력·발전 기여”
베르투 대사 “과학적 성과에 경의”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 대표 모델”
이광형(오른쪽) KAIST 총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저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필립 베르투(왼쪽) 주한프랑스대사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수여받고 있다. 레지옹 도뇌르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이다. 임세준 기자 |
“프랑스 정부가 학비와 생활비는 물론 프랑스에서 태어난 두 아이의 우유값까지 대줬습니다. 저는 아직도 프랑스에 진 빚을 다 갚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 오피시에(Officier·장교) 훈장 수훈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레지옹 도뇌르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이다. 한국인 과학자가 레지옹 도뇌르 가운데 오피시에 훈장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 인연이 돼, 1981년 정부 장학생으로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가난한 유학생이 45년 만에 한국·프랑스 양국 과학 협력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 총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저에서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았다. 레지옹 도뇌르는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제정한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이다. 군사·학문·문화·과학·산업 등 각 분야에서 프랑스와 국제 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돼 왔다. 과학 분야에서는 노벨상을 2회 수상한 마리 퀴리,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등이 받았다.
이 총장은 KAIST 총장으로서 한국·프랑스 과학 분야의 긴밀한 협력을 도모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한국인 과학자가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총장은 2003년 프랑스 학술훈장을 받은 바 있다.
필립 베르투 주한프랑스대사는 “이번 수훈은 이 총장의 탁월한 학술·과학적 성과에 대한 경의이며, 한국-프랑스 협력 증진에 대한 보답”이라며 “이를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훈식에 참석한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이 총장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 같은 혁신적 사고의 밑거름에 프랑스 유학이 자리잡고 있다 말하곤 했다”면서 “이 총장이 이번 수훈을 통해 양국 간 기술 협력에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 총장과 프랑스의 인연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학교 게시판에서 우연히 프랑스 유학 정부장학생 모집 공고글을 본 이 총장은 이후 1981년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 정부는 가난한 유학생을 물심양면 지원해줬다. 이 총장의 학자금을 지원한 것은 물론, 월세에 출산 장려금까지 줬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두 아이의 우윳값도 대줬다. 이러한 도움으로 이 총장은 프랑스 리옹국립응용과학원(INSA Lyon)에서 무사히 박사과정까지 마칠 수 있었다.
1985년 마침내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된 이 총장은 이때의 고마움을 차곡차곡 보답해 나갔다. 이 총장은 “KAIST에 처음으로 프랑스 대학 교환학생 제도를 만들었고, 프랑스인 대학원생들을 받아 지도했다”며 “지금 KAIST 내 유럽 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프랑스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총장 취임 이후에는 에콜폴리테크닉을 비롯한 프랑스 대학·연구기관과 공동 프로젝트와 학술 교류를 강화하는 등 양국 간 협력 확대에 더욱 힘써왔다.
베르투 대사는 “이 총장이 KAIST를 이끌며 프랑스 기관과 파트너십을 강화한 결과 12개의 교류 협정이 체결됐다”며 “특히 한국과 프랑스 협력 기반 조성 사업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국제 사업 툴을 통해 구축된 양국 간 공동 프로젝트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을 받게 돼 큰 영광”이라고 수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KAIST가 추구하는 오픈 사이언스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과 프랑스, 더 나아가 국제사회와 함께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글로벌 연구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KAIST는 이 총장의 수훈을 계기로 프랑스와 협력을 한층 강화해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박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