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시즌2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
지난 2월29일 방영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직장인들’ 시즌1 2화에 배우 고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김 주임 역할의 코미디언 김원훈은 주특기를 발휘하며 고수의 신경을 한껏 긁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고수의 말투와 표정이 언짢은듯 변해갔다. 당황한 김원훈은 “콘셉트가 이런 건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네, 저도 콘셉트입니다.”
‘직장인들’ 시즌2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원훈이 기자들과 만나 들려준 일화다. 이는 ‘직장인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사전에 최소한의 것만 합의하고 70∼80%는 애드리브로 채우는 탓에 출연자들끼리도 연기인지 진심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이처럼 ‘직장인들’은 즉흥성으로 채워가는 희극이라는 그동안 국내에서 본 적 없는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직장인들’ 시즌2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
이날 오전 ‘직장인들’ 시즌1·2의 김민 피디(PD)와 김민교, 김원훈, 백현진, 심자윤과 만났다. 이들은 ‘직장인들’의 정수는 애드리브에서 오는 즉흥적인 재미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재즈 합주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쿠팡플레이 코미디 쇼 ‘에스엔엘 코리아’(SNL)에 이어 ‘직장인들’까지 김민 피디와 함께 하고 있는 부장 역할의 김민교는 ‘직장인들’만의 차별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에스엔엘 코리아’는 오히려 아주 사소한 것까지 다 짜여져 있는 콩트에요. 반면 ‘직장인들’은 거의 다 애드리브로 채워진 오피스 시리즈물이죠.”
제작진들의 역할도 대사와 상황을 짜는 게 아닌 출연진들이 활약할 공간을 열어주는 것에 가깝다. “시즌2는 시즌1에 비해서 대본의 구성을 많이 열어뒀어요. 가이드 대사가 몇개 있는 정도죠. 촬영도 게스트가 있을 때는 한번에 가고 게스트 없을 때는 ‘더 하고 싶은 게 있어?’ ‘충분히 하셨나요?’ 이런 걸 물어보고 아쉬우면 두번째 테이크를 가는 정도로 끝납니다.” 김민 피디의 설명이다.
‘직장인들’ 시즌2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
촬영장은 흡사 공을 주고 받는 축구장처럼 애드리브를 던지고 받는 공간이다. 축구에도 포지션이 있듯 출연진들 간에도 역할 분담이 있다. 김원훈은 선을 넘나드는 애드리브로 게스트를 당혹스럽게 만들며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본이 아니라 원본 영상이 공개되면 저는 이 자리에 없을 거예요. 사과문을 아예 작성해놨습니다.”
이런 그의 ‘간 큰’ 활약은 다른 출연진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멘트를 하고 분위기가 싸해지면 신동엽 선배님을 쳐다봐요. (그런 순간에도) 항상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시니까요. 차정원씨는 제가 하는 말에 잘 웃어줘요. 제 애드리브와 정원씨의 웃음소리가 하나의 세트 같죠.” 이와 함께 김민교는 ‘에스엔엘 코리아’ 등에서 보여준 능숙한 희극 연기로 상황극의 톤을 조절하고 심자윤은 악의 없이 무례하게 구는 등 각자의 위치에 맞게 극을 완성한다.
‘직장인들’ 시즌2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
시즌2는 백현진의 합류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김민 피디가 백현진의 오랜 팬이었고 그가 시즌1을 재미있게 봤다는 소문을 듣고 적극적으로 섭외를 했다. 백현진은 미술, 음악, 연기 등을 하며 즉흥성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해뒀기 때문에 새로 합류하는 데 대한 불안함은 크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로서 코미디를 해보고 싶었던 게 가장 큰 동기였어요. ‘빌런’ 이미지가 강해서 그걸 흐트러뜨리고 싶기도 했고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웃음을 참지 못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잦았다. “김 주임에게 맞았을 땐 맞고 나서 웃음을 참느라 몸이 들썩거리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엉엉엉’ 우는 걸로 바꿔서 연기했어요. 제가 연기하는 백 부장은 잘 웃지 않는 사람인데 쪽박에 금이 가서 다 새는 것처럼 제 ‘본캐’가 새어나오더라고요.”
김민 피디. 쿠팡플레이 제공 |
남은 회차에서 어떤 게스트와 함께 화려한 애드리브 상황극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원훈은 놀릴 게 많은 ‘좋은 먹잇감’이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감히 다른 사람들이 놀리기 어려운 인물이 출연하면 좋을 것 같아요. 톱 배우 최민식 선배님이 떠오르네요.”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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