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법 사채 조직원 32명 검거…103명에 18억원 갈취
ATM 스마트출금으로 단속 회피도…금감원에 제도개선 제안
ATM 스마트출금으로 단속 회피도…금감원에 제도개선 제안
사채조직이 제작한 피해자 얼굴이 담긴 전단지 |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돈을 빌려준 뒤 최고 연 6만% 이자를 요구하고, 이를 못 갚으면 가족과 지인들을 협박한 사채조직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0대 남성인 조직 총책 등 총 32명을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대부업법 위반, 채권추심법 위반 등 혐의로 송치된 17명 중 11명은 구속됐다. 이들에게 대포폰을 제공한 15명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0년 7월부터 작년 11월까지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며 전국 각지의 채무자에게 법정 이자(연 20%)를 초과한 이자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만∼30만원을 빌려준 뒤 6일 후에 갚는 초단기 소액 대출이었는데, 연이율 4천%가량 이자를 받는 식이다.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하루 5만원의 연체료도 붙었다.
피해자 A씨는 2023년 5월 24일 30만원을 빌린 뒤 약 7개월 뒤 311만원을 갚아야 했다고 한다. 이자율과 연체료 등을 고려했을 때 연이율이 6만%가량에 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른 피해자 B씨는 돈을 갚기 힘들 때마다 조직원에게서 새로운 대부업자를 소개받았는데, 사실은 이들 또한 같은 조직원인 '돌림 대출' 피해를 보기도 했다. B씨는 이 조직에 204회에 걸쳐 7천만원을 대출받고는 총 1억6천만원을 갚았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103명이다. 조직은 이들에게 총 7억1천만원을 빌려주고는 18억원을 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채조직의 피해자 협박 예시 |
본인, 가족, 지인들에게까지 협박 메시지를 보내고, 페이스북 등 SNS에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적힌 계정을 만들어 모욕하고 상환을 촉구하는 등의 방식이다.
피해자 사진이 첨부된 추심 협박용 전단지가 이들의 사무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조직원들이 이 전단지를 피해자 거주지 인근에 뿌려 협박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기록이 남지 않는 비대면 방식으로 활동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돈을 빌려줄때는 무통장입금 방식을 쓴 뒤, 회수할 때는 실물통장과 카드 대신 본인인증 후 일시적으로 발급된 번호를 활용하는 스마트출금 방식을 활용했다.
사무실 위치를 수시로 변경하거나 현금으로만 정산하는 등의 내부 규칙을 세워 신원 노출을 최소화했다.
검거된 인원들 상당수는 가족과 친구, 선후배였다. 영업과 추심, 출금 등 담당을 체계적으로 세분화한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작년 4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7∼11월 피의자를 특정하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조직원을 체포했으며 휴대폰과 노트북, 장부 등을 확보했다. 또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로 15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동결했다.
경찰은 ATM 스마트출금을 이용한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본인 인증이 이뤄진 스마트폰과 실제 입금 위치 간 거리가 멀면 추가 확인을 거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금융감독원에 제안했다.
사채조직의 이자조건 예시 |
readines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