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국방·외교 수장 연쇄 통화…인태·대만 등 ‘핵심 이익’ 거론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AP 연합뉴스

미-중 국방·외교 수장이 잇따라 접촉해 ‘핵심 이익’과 ‘대만 문제’ 등을 두고 각자 주장을 펼치면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고위급 교류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밑 작업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미·중 국방부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둥쥔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9일 저녁 화상통화를 통해 국방·안보 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통화를 “솔직하고 건설적인 교류를 이어갔다”고 평가하며 “양쪽 합의이자 핵심 원칙인 비충돌·비대립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의 충돌을 추구하지 않고, 정권 교체나 중국의 교살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양국 국방 수장은 민감 사안을 거론하며 자국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에 “미국은 우선순위 전구(戰區·군사작전 지역)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핵심적 이익을 갖고 있고, 그 이익을 단호하게 보호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둥 부장은 대만·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견제, 억제, 간섭하는 것은 결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국방부는 미국이 언급한 ‘핵심 이익’을 “진정으로 존중해야 한다”면서 “무력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거나,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어떠한 시도나 간섭도 좌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필리핀 등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 대해선 “평화·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 국가들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면서도 “개별 국가의 침해와 도발 그리고 역외 국가의 고의적인 혼란 조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미-중 외교 수장 사이 통화도 이어졌다. 10일 미국 국무부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장관) 간 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루비오 장관은 여러 양국 현안에 개방적이면서도 건설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미·중이라는 거대한 배 두 척이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선 양국 정상이 도달한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언급한 합의는 지난 6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화통화를 하고 무역·외교 등 다양한 사안에서 오해를 줄이고 협력하자고 뜻을 모았던 바를 가리킨다.

왕이 부장은 둥쥔 부장과 마찬가지로 대만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 쪽의 부정적인 언행은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고, 내정을 간섭하는 행위로 여기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만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 미국이 언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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