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경협 현장서 한국인 대거 '쇠사슬 체포'…대미 여론 악영향 불가피
"트럼프 머릿속에 '한국인 비자' 문제 각인"…워킹그룹 등 해결 동력 기대
"트럼프 머릿속에 '한국인 비자' 문제 각인"…워킹그룹 등 해결 동력 기대
美, 韓현장 이민단속 영상 공개…손발 결박된 채 줄줄이 연행 |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대규모 체포 및 구금 사태가 우여곡절 끝에 자진 출국으로 일단락되면서 구금 장기화 등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한미관계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미국 이민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한국 기업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을 일렬로 세우고 수갑을 넘어 손과 다리에 쇠사슬까지 감은 장면은 한국 국민이 동맹국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한미 경제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곳에서 참담한 일이 빚어진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적극 독려하는 상황에서 이에 부응해 일하던 평범한 한국 근로자들을 불법 이민자 취급하며 거칠게 다룬 것은 미국에서 아무리 반이민 정서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미 양국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해 "미측에 항의성 발언을 분명히 하겠다"(조현 외교부 장관), "직접적으로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평소 한미관계에서 보기 힘들던 항의·유감 표명이 고위 당국자들에게서 쏟아졌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11일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해서 강력한 항의가 들어간 것"이라며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사안이고, 그렇게 못하는 게 비정상이며, 한국이 미국에 그만한 중요성은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 체포 감금한 트럼프 규탄 및 석방 촉구대회 |
구금 사태는 한미관계에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지만, 속으로만 곪아 있던 고름을 드러내 치료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의 미국 비자 제도로는 신규 공장 건설 등에 있어 한국 기업인의 현지 활동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정부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백악관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사태 재발 방지와 관련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의 외국 기업들과 그들이 미국에서 하는 투자에 대해 매우 감사해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이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금 사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며 그의 지시에 따라 이민과 통상 분야 주무 부처들이 재발 방지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출국하지 말고 남아서 일해달라고 권했다는 점만 봐도 이번 사태 이전과는 달라진 미국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의 미국 내 작업·취업 등을 위한 비자 확대 문제는 수십 년 된 해묵은 사안이다. 그간 외교부 등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기업인이 겪는 비자문제의 애로점을 설명하며 개선을 촉구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비자 관련 사안은 미국 내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이민 문제로 분류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한국의 투자가 원만하게 진행되기 위해선 비자 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뇌리에 각인되면서 문제 해결의 동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측이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 개설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미 외교당국 간 워킹그룹 신설을 제안했고, 미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도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민정훈 교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성의를 보인다면 구금 사태는 잘 봉합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한국의 불만과 공분이 커질 것"이라며 "제도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보완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구금 한국인 귀국편 대한항공 전세기, 인천 이륙 준비 |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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