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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음원 강자' 무색한 아쉬운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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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음원 강자' 무색한 아쉬운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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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지난달 3년 만 새 정규 '아임 히어로2' 발매
팬·환경 위해 피지컬 앨범 미발매 결정... 이례적 행보로 주목
베일 벗은 전곡 음원, 음원 성적은 전작 비해 아쉬움 남겨


가수 임영웅은 최근 정규 2집 '아임 히어로2'로 컴백했다. 물고기뮤직 제공

가수 임영웅은 최근 정규 2집 '아임 히어로2'로 컴백했다. 물고기뮤직 제공


가수 임영웅의 '음원 불패' 신화는 막을 내린 걸까. 3년여 만에 새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으나, 성적표는 어쩐지 전작들에 비해 미미한 모양새다. 다만 이번 신보는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지만 특유의 진정성과 새로운 시도를 담아냈다.


임영웅은 29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두 번째 정규 앨범 ‘아임 히어로 2’(IM HERO 2)를 발매했다. '아임 히어로2'는 임영웅이 지난 2022년 발매한 첫 정규 앨범 '아임 히어로' 이후 3년 만에 발매하는 새 정규 앨범으로 발매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바다.

임영웅 역시 새 앨범에 심혈을 기울였다. 타이틀 곡 '순간을 영원처럼'을 비롯해 총 11곡을 수록하며 자신만의 음악색을 또 한 번 담아낸 그는 컴백 전 다양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새 앨범으로의 컴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 앨범에 대한 자신감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행보는 피지컬 앨범 미발매 결정이었다. 그는 국내 가요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피지컬 앨범(CD 앨범) 발매 대신 화보가 담긴 패키지(앨범북)을 발매하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임영웅의 경우 발매하는 피지컬 앨범마다 거뜬히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대형 가수인 만큼 이같은 결정 배경에 궁금증이 모였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측은 "앨범북 제작은 CD 앨범을 실질적으로 감상하기 어려운 환경과 팬들의 정성과 응원이 팬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환경적인 고민까지 고려해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팬들을 위한 임영웅의 뜻에 소속사 역시 논의 끝 뜻을 모았다는 전언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발매되면 팬들이 가수의 성적을 위해 경쟁적으로 음반을 구매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은 국내 가요계에서 팬들을 위해 앨범 판매량에 집계되지 않는 앨범북 발매를 결정했다는 점은 큰 화제를 모았다. 성적을 위한 과도한 구매를 미연에 방지하며 팬들의 부담을 덜되, 내실을 키운 패키지 앨범으로 팬들의 실질적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임영웅의 결정은 K팝 시장에 새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물론 팬들을 위한 마음이 주된 이유였으나,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냈다 하면 최상위권'을 독식하는 압도적인 음원 성적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임영웅의 경우 그간 발매하는 곡마다 곧장 국내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비롯한 최상위권을 차지했을 정도로 적수 없는 음원 인기를 이어왔던 바, 앨범 판매량으로 집계되는 성적을 포기하더라도 음원만으로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를 남길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에는 정규 1집으로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 싸이의 '댓댓',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 등 메가 히트곡들을 모두 제치고 음원 차트 정상을 꿰찼고, 이후 발매한 곡들도 쟁쟁한 히트곡들을 손쉽게 꺾고 1위에 올랐던 만큼 이번 앨범 역시 발매 전부터 음원 성적에 대한 기대는 컸다. 일각에서는 임영웅의 컴백을 현재 차트 최상위권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 '소다 팝' 등을 제칠 강력한 대항마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임영웅의 정규 2집에 대한 반응은 어쩐지 다소 아쉽다. 새 타이틀 곡인 '순간은 영원처럼'이 지난달 29일 발매 직후 멜론 메인 차트인 '톱100' 14위, '핫100' 1위에 오르며 호성적에 청신호를 켠 듯 했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순위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순간은 영원처럼'의 최고 성적은 지난달 31일 기록한 '톱100' 2위다. 하지만 8일 오후 기준 해당 곡은 '톱100' 80위권, '핫100' 80위권에 머무는 중이다. '핫100' 차트의 경우 팬덤의 화력에 힘입어 새벽 시간대 최상위권으로 다시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항상 상위권 진입을 놓치지 않았던 '톱100'에서의 기세는 아쉬운 모양새다. 타이틀 곡을 제외한 수록곡 줄세우기 역시 이번에는 유효하지 않았다. 현재 '톱100' 차트에 이름을 올린 임영웅의 신곡은 '순간은 영원처럼'이 유일하다.

물론 인기 아이돌 그룹도 '톱100' 차트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임영웅의 신곡이 '톱100' 장벽을 뚫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다만 임영웅이 지금까지 기록해 온 압도적 음원 성적을 고려할 때 이번 앨범 성적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 가요 관계자는 "'핫100' 차트에서 꾸준히 높은 성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을 볼 때 임영웅의 팬덤 화력은 여전히 뜨겁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톱100' 차트의 경우 대중적 인기와 관심이 동반돼야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는데, 그러한 점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차트 성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바라봤다.

다만 임영웅의 경우, 매번 음원 차트에서 롱런 행보를 보였던 만큼 뒷심을 발휘해 차트 역주행을 기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또한 앨범 발매 전 임영웅이 보여준 의미있는 행보들을 고려할 때 음원 차트 성적만으로 '아임 히어로2'의 성패 여부를 가를 수 없다는 평가도 따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