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대통령실이 3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에서 쓰였던 '마스가 모자'를 공개하고 있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는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미국 조선업 부흥 캠페인으로 이번 협상의 주요 카드로 쓰였다. 2025.08.03. |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가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미투자와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비자 체계의 심각한 문제가 확인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미국 진출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인에 대한 예외적 비자 발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미투자를 전제로 한 한미 간 관세 후속 협상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주재 우리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은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E-4 비자) 쿼터 신설, 대미 투자 기업 고용인 비자(E-2 비자) 승인율 제고 등을 요청했다. 이에 조 장관은 "기업인들이 제기한 내용을 이미 미측에 전달했다"며 "향후 우리 대미 투자 기업들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또 조 장관은 기업들에 정부가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E-4) 쿼터를 신설하는 '한국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한 미 정부 및 의회 대상 접촉 △한국 기업 비자 문제 개선 대미 협조 △미국 비자 신청 유의사항·설명회 개최 등을 적극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간 이견에 따른 관세 후속 협상의 난기류가 확인된 상황에서 비자 문제는 향후 대미투자에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관세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조성 방안과 관련해 "(한미 양국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스가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이 구금된 사태에 대해 김 실장은 "일하러 가신 분들이 쇠사슬에 묶여 구금당한 사태가 너무나 충격적이다.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느냐.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제도 개선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 인력만으론 새로운 생산라인 구축이 어렵고, 국내에서 기술자를 파견하기 위해 정식 비자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그동안 공사 기한 등을 맞추기 위해 'ESTA'(전자여행허가제·미국의 사증 면제 프로그램)나 단기상용(B1) 비자를 활용해 왔다. 이번에 구금된 이들 중 대부분 단기 체류 목적의 무비자로 입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2025.09.06. |
실제 비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대미 투자는 물론이고 마스가 프로젝트의 일환인 한미 조선업 협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미국 현지 인력 교육을 위한 우리 측 전문가 파견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기업으로서는 필요한 인력이 현지에서 조달이 안 되고, 한국에서 공급하려니까 비자 체계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는 불확실성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활동과 기업 활동에서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비자 정책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대미투자) 3500억달러 설계에서 한국이 더 많은 것을 양보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사태로) 한국이 더 압박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지렛대 삼아 대미 투자와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비자 체계에서 한국에 대한 예외 적용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미국 비자 정책의 미비점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건데 (미국이) 원칙대로 해버리면서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은 우리에게도 대항 수단이 있다는 것"이라며 "비자 발급 문제가 원활하지 않으면 대미 투자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우리가 미국에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조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0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30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구금된 한국인의 조속하고 안전한 석방, 그리고 자진출국 시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조건 등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E-4 비자와 H-1B 비자(전문직 취업 비자)에 대한 한국인 쿼터 신설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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