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모습. 국가정보원 제공 |
12·3 비상계엄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계엄사령부·합동수사본부 인력 파견과 중앙합동정보조사팀 구성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에 대해, 국정원이 “비상사태 대응 시나리오를 단순 인용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안보조사국 직원 130명이 출근한 것에 대해선 “자발적 출근”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8일과 9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국정원의 12·3 계엄 관여 의혹’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앞서 윤 의원은 “계엄 당일 국정원이 ‘비상계엄 선포 시 ○○국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생산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부서는 국정원 내에서 계엄과 관련해 사실상 주무부서인 곳”이라고 밝혔다. 해당 문건에는 ○○국 직원 80여명을 계엄사·합수부 등에 파견하는 방안과 함께 계엄사에는 연락관을, 합수부에는 조사관을 보내고,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을 5개 조 30여명으로 꾸려 주요 임무를 맡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해당 문건은 실무 직원이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19분 출근해 작성한 것으로,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 시나리오를 반영한 ‘계엄법·계엄사령부 직제 및 국정원 ○○계획’을 단순 인용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계엄사·합수부를 지원하기 위해 인력 파견 계획을 검토·작성했다’는 주장과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또 ‘해당 문서엔 대통령령으로 임시 특례법을 제정해 국정원의 수사권을 부활시키는 방법도 적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실무 직원이) 해당 문건을 토대로 두번째 문서인 ‘계엄상황 하 ○○○○국 활동 근거 검토’라는 문서를 작성했다”며 “동 문서는 ‘비상계엄 선포 시 국정원 및 ○○국은 계엄사령관의 지휘를 받으며, 계엄 상황시 국정원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는 별도 규정이 없어 수사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12.3 계엄 당시 국정원 인력 파견 및 조사팀 구성 검토 확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정원은 또 “안보조사국 직원 130명이 (계엄 선포 직후) 출근했다”는 윤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자발적 출근”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소속 부서장이 본인 판단 하에 12월3일 밤 10시45분 부서 간부와 필수 인원에게 문자메시지로 출근을 지시했고, 메시지를 받지 못한 여타 직원들도 국가 비상사태라는 인식 하에 자발적으로 출근했다”며 “밤 11시30분경 전후 출근한 직원들은 언론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며 사무실에서 대기하다 12월4일 새벽 1시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새벽 1시37분 2차장의 ‘전 직원 퇴근 지시’에 따라 귀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정원은 해당 문건 작성 등이 “누군가의 지시로 검토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소한 ○○국을 책임지는 황원진 2차장은 몰랐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윤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는 못했다.
국정원 설명을 보면 실무 직원이 첫번째 문서인 ‘비상계엄 선포 시 ○○국 조치사항’을 다 쓴 시간은 12월4일 새벽 1시7분인데, 황 2차장의 퇴근 시간은 새벽 1시46분으로, 문서 작성이 끝난 뒤다. 또 실무 직원은 두번째 문서 ‘계엄상황 하 ○○○○국 활동 근거 검토’를 새벽 1시49분에 부서장에게 보고했는데, 이때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뒤 국정원 ‘전 직원 퇴근 지시’가 내려진 이후다.
국정원은 이날 해명을 하면서도 “사실관계 규명에 노력하였으나, 수사 권한이 없어 더 이상의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및 진실 규명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특검 차원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관련 자료를 충실히 제공해 의혹이 신속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내란 특검’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윤 의원은 국정원의 이같은 해명에 “어설픈 변명과 계속되는 거짓말로 진실을 가릴 수 있다 착각하지 말라”며 “정말 당당하면 스스로 내란 특검에 수사 의뢰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정원 ○○국에서 그날 작성했다고 제게 보고한 문건은 1건이었는데, 이제서야 그날 2건의 문건이 작성됐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하는 등 국정원 해명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만하자, 끝났다’ 주장하는 이들이야말로 내란의 공모자일지 모른다”며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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