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1명만 HIV에 개방·포용적 태도 지녀
HIV, 치료 꾸준히 하면 전파되지 않아…대중·의료계 등의 편견 없애야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HIV 차별종식을 위한 레드(RED) 마침표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
우리 국민 10명 중 1명만 우리 사회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해 개방·포용적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명은 HIV에 편견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회적 낙인' 탓에 HIV 감염인은 비감염인에 비해 자살 사망 위험이 1.84배나 높았다.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HIV는 인간의 몸 안에 살면서 면역기능을 파괴하는 바이러스다. 감염 후 질병이 진행돼 면역체계가 손상되면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을 유발할 수 있다. 보균자의 타액이 섞인 물을 마셔도 감염이 되진 않지만 보균자의 감염된 체액과 직접 접촉하면 전염될 수 있다. 하지만 HIV 감염인이 항바이러스제를 지속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억제돼 전파되지 않는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HIV 차별종식을 위한 레드(RED) 마침표 캠페인(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끝내자는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HIV 감염인의 우울증상은 비감염인에 비해 4~10배 이상 높고, 국내에서 2017년 HIV 감염 진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5년간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HIV 감염인은 비감염인에 비해 자살 사망 위험이 1.84배 높았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HIV는 꾸준한 치료를 받아 혈액검사상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바이러스 활동이 억제되면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없어진다. HIV 감염인의 기대수명도 비감염인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HIV 감염인을 거리두기 대상으로 여기고 사회적 낙인을 찍는다"고 지적했다.
HIV 감염인이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거부당한 사례도 있는데, HIV의 의료감염 사례는 거의 없어 사회적 편견을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진 교수는 "2022년 5월 한 HIV 감염인이 디스크 절제술을 받기로 했는데 수술 전 검사에서 HIV 양성이란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평등권을 침해한 사례라고 봤다"며 "주사침 노출 등이 있을 경우 가급적 빨리 72시간 내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HIV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칙만 준수하면 의료감염에서 HIV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의료기관 등에서의 사회적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사진= 박미주 기자 |
성소수자 인권 단체 신나는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5년 HIV 관련 국민 인식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전국 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HIV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지만 HIV와 에이즈를 구분할 만큼 높은 수준의 인지도를 보이는 응답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13%만이 우리사회가 HIV에 대해 개방·포용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0%는 한국사회의 HIV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81%는 HIV 감염 감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진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우리 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HIV에 대한 개방·포용적 태도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체계적인 전국 단위 조사를 통해 확인된 HIV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 해소에 대한 공감대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대한 공고한 지지와 함께 HIV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종식하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의 손문수 대표는 "감염인이 사회적 차별로 인해 겪는 우울감, 내재적 낙인은 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차별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대한에이즈학회 기획이사는 "레드 마침표 캠페인은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에 '마침표'를 찍고 누구나 차별 없이 치료와 예방의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라며 "HIV는 이제 더 이상 차별과 낙인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대중과 의료계에 널리 알리고,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신규 감염인을 50% 줄이는 국가적 감염 관리 목표를 실현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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