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20 탑재용 추정 엔진 '마지막 시험'
김정은 "경이로운 결실...전략적 성과"
내달 당 창건 80주년 전후 시험 발사 가능
엔진 추력 올려 다탄두 5개 중량 거뜬
톈안먼의 핵보유 묵인 자신감 바탕으로
미국에 "비핵화 협상 없다" 메시지 발신
북한이 9일 고출력·신소재 적용 고체 연료 엔진 개발 성공을 선언했다. 엔진 가동 시험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전략 무력 강화의 중대한 변화"라고 밝혔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던 '다탄두 재진입체(MIRV)' 기술을 북한이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르면 내달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10월 10일) 전후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미사일총국·화학재료연구원이 공동 진행한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참관했다. 통신은 이번 시험이 9번째라고 밝히며 "개발 공정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라고 밝혔다.
시험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대출력 탄소섬유 고체 발동기 개발이라는 경이적인 결실은 최근 우리가 진행한 국방기술 현대화 사업의 가장 전략적인 성격을 띠는 성과"라고 말했다. 또한 "공화국 핵전략 무력을 확대 강화하는 데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경이로운 결실...전략적 성과"
내달 당 창건 80주년 전후 시험 발사 가능
엔진 추력 올려 다탄두 5개 중량 거뜬
톈안먼의 핵보유 묵인 자신감 바탕으로
미국에 "비핵화 협상 없다" 메시지 발신
북한 조선중앙TV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출력고체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고 9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뉴시스 |
북한이 9일 고출력·신소재 적용 고체 연료 엔진 개발 성공을 선언했다. 엔진 가동 시험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전략 무력 강화의 중대한 변화"라고 밝혔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던 '다탄두 재진입체(MIRV)' 기술을 북한이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르면 내달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10월 10일) 전후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미사일총국·화학재료연구원이 공동 진행한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참관했다. 통신은 이번 시험이 9번째라고 밝히며 "개발 공정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라고 밝혔다.
시험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대출력 탄소섬유 고체 발동기 개발이라는 경이적인 결실은 최근 우리가 진행한 국방기술 현대화 사업의 가장 전략적인 성격을 띠는 성과"라고 말했다. 또한 "공화국 핵전략 무력을 확대 강화하는 데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 직전인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소를 방문, 신형 ICBM인 화성-20형 개발 사실을 공개했다. 불과 일주일여 만에 같은 시설에 들러 엔진 시험을 직접 참관, 완성 단계에 들어선 신형 ICBM 개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5개 이상 다탄두로 美 MD망 돌파 노림수"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
북한의 그간 '화성' 계열 ICBM은 미 본토를 날아갈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했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성능을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핵 무력의 중대한 변화'를 언급했다. "북한 ICBM 기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시험한 엔진의 최대 추진력이 1971kN(킬로뉴턴)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약 200tf(톤포스)에 해당한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구체적인 엔진 추력 수치를 공개한 것은 MIRV 개발 성공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MIRV는 발사체에 2개 이상의 탄두를 장착해 한 번 발사로 여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의미한다. 여러 탄두를 탑재하면 ICBM이 무거워지고 그만큼 높은 추력이 필요하다.
화성-18형 엔진 추력이 약 140tf인데 신형 엔진은 약 40%의 추력이 향상된 것이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이 정도 추력이면 약 5개의 탄두를 실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5개 이상이면 미국 미사일방공망(MD)을 교란해 실제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고 분석했다.
북한 ICBM의 마지막 난관으로 여겨졌던 대기권 재진입 문제도 해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2017년 8월 국방과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로켓 전투부 첨단재료인 탄소복합재료를 우리 식으로 개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탄소복합소재는 강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볍다. 고온·고압을 견디는 힘도 강해 대기권 재진입 시 발생하는 섭씨 3,0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탄두 부분에 쓰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시험 참관 자리에서 '대출력 탄소섬유 고체 발동기 개발'에 "경이적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권 교수는 "북한이 전한 대로라면 김정은의 지시 8년 만에 MIRV를 완성했다는 뜻"이라며 "여러 정황상 거짓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톈안먼서 얻은 자신감...美에도 "핵보유국 인정하라" 메시지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
통일부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엔진 시험에 대해 "대내보다 대외용 메시지 성격이 더 크다"며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올랐다. 권위주의 진영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받은 셈이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을 향해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이 같은 핵무력 시위가 '중국과의 교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ICBM 엔진 시험 보도와 시진핑 주석의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축전 보도를 나란히 배치했다. 핵 보유국 지위를 중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우회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신문 편집에 대해 "중국 전승절 효과를 활용해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북한이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전후 화성-20형 시험 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전승절 무대에서 받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평양으로 가져와 핵 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에서다. 시험 발사 대신 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화성-20형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는 지난해 10월 '화성-19형'이 마지막이다. 만약 신형 ICBM 발사에 나선다면 올해 1월 출범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처음이 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