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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죽음을 멈춰달라"…평택항 사망사건 다룬 '엔드 월'

연합뉴스 임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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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죽음을 멈춰달라"…평택항 사망사건 다룬 '엔드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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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서울희곡상 수상작…"인권 지키지 못하는 노동 현장의 벽 고민"
마광현 "故이선호 씨가 느낀 벽 생각하며 연기"…10∼28일 대학로 쿼드서 무대에
연극 '엔드 월-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프레스콜(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서울희곡상 수상작 연극 '엔드월(End Wall)-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시연하고 있다. 2025.9.9 jin90@yna.co.kr

연극 '엔드 월-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프레스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서울희곡상 수상작 연극 '엔드월(End Wall)-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시연하고 있다. 2025.9.9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두 청년의 원혼이 반복되는 죽음을 멈추게 해달라고 호소하지만, 작업반장은 끝내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 또한 원청 업체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작업장을 관리하는 또 다른 하청 노동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1년 평택당진항 컨테이너에서 작업하던 대학생 이선호(당시 23세) 씨가 숨진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엔드 월'(End Wall)이 10∼28일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상연된다.

이씨는 2021년 4월 22일 평택당진항 내 'FR(Flat Rack) 컨테이너'(천장 없이 앞·뒷면만 고정한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를 제거하던 중 넘어진 벽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법령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사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씨는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즉흥적으로 이뤄진 작업 현장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희곡상 수상작 '엔드 월' 시연(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서울희곡상 수상작 연극 '엔드월(End Wall)-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시연하고 있다. 2025.9.9 jin90@yna.co.kr

서울희곡상 수상작 '엔드 월' 시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서울희곡상 수상작 연극 '엔드월(End Wall)-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시연하고 있다. 2025.9.9 jin90@yna.co.kr


무거운 주제의 연극인만큼 9일 오후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엔드 월' 시연회 및 기자간담회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작품의 희곡으로 지난해 11월 제2회 서울희곡상을 받은 하수민 연출은 "노동 현장에서 노동권과 인권은 당연한데도 지켜지지 못하는 벽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며 "이선호 씨를 죽음으로 몬 컨테이너 엔드 월, 즉 '끝벽'을 넘어서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할지는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미술팀장과 '알포인트'의 미술감독으로도 활동했던 하 연출은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에 나선 고인이 낯선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직면했던 두려움을 관객이 실감하도록 무대를 실제 컨테이너 노동 현장에 최대한 비슷하게 꾸몄다. 특히 공연 초반 컨테이너 한쪽 벽이 큰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장면은 항만 노동 환경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고발한다.


하 연출은 "이선호 씨 사망사고 기사를 보고 무언가가 제 가슴 속에 계속 남았고, 그래서 희곡으로 사건을 다루고 싶었다"며 "평택당진항에는 진입할 수가 없어서 근처 5층 건물에서 사고 현장을 답사하며 희곡을 썼다"고 말했다.

평택항 청년 노동자 사망 다룬 연극 '엔드 월'(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서울희곡상 수상작 연극 '엔드월(End Wall)-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시연하고 있다. 2025.9.9 jin90@yna.co.kr

평택항 청년 노동자 사망 다룬 연극 '엔드 월'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서울희곡상 수상작 연극 '엔드월(End Wall)-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시연하고 있다. 2025.9.9 jin90@yna.co.kr


사건을 직접 취재해 희곡을 쓰고 이를 바탕으로 연극까지 완성했지만, 하 연출은 이선호 씨가 사망한 이유를 아직도 알 수 없다고 토로한다.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사고의 원인을 묻지만 아무도 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원인을 밝히지 못하니 결국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해법에 도달하지 못한다. 하 연출도 "결국 미래 세대인 남은 친구들이 어떻게 이에 대한 해답을 정리하고, 살아갈 것인지에 방점을 두고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선호 씨를 모티브로 한 '아성'으로 무대에 오른 배우 마광현의 호소력 짙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시연회에서 2시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열연해 관객의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마광현은 "'아성'은 숨이 멎은 자로서 사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다"며 "그가 (노동 현장에서) 느꼈을 마음 안의 벽과 외부에서 작용하는 벽을 생각하며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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