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최악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에 단수 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내 한 생활용품점이 제한급수 필수품을 모아 놓고 팔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상태가 선포된 가운데 한 호텔 직원이 계속되는 고객들의 문의와 민원 전화로 인한 고충을 털어놔 눈길을 끈다.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릉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강릉 경포호 인근 호텔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요즘 강릉 가뭄으로 여행 예정이셨던 분들이 여행이 잘못될까 하는 걱정으로 문의가 참 많다”고 운을 뗐다.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주시는 것 알고 응대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화는 좀 내지 말아 달라. 진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직원들이 나눠서 전화 받으면 20건 중 15건은 가뭄 관련 전화이고 그 중 10통은 전화 걸 때부터 화가 나 있다”며 “호텔이 비를 쫓아낸 게 아니다. 직원들도 언제 물이 나올지 모른다”고 했다.
강릉 가뭄 재난 선포 10일 차인 지난 8일 강원 강릉시 내곡동 한 아파트 입구에 정차한 급수차에서 주민들이 직접 가지고 온 물통에 생활용수를 받아 가고 있다. [연합뉴스] |
이어 “(고객이) 15일 뒤에 체크인하는데 물이 안 나오냐 묻는데, 그걸 일개 강릉 시민이 어떻게 알겠냐”며 “저희도 뉴스 보고 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또 A씨는 “미래에 물이 나올지 말지를 예측 못 한다고 해서 화낼 일은 아니다. 여행을 올지 말지를 정할 거면 지금 상황이 어떤지 정도만 물어봐야 한다. 무조건 직원 이름, 책임자 이름 캐묻는데 이름을 왜 묻는 거냐. 보름 뒤 날씨 예측 못했으니 책임지라는 거냐”고 했다.
그러면서 “호텔 직원이 주변 식당, 시장, 관광명소가 보름 뒤에 영업하는지 안 하는지 어떻게 다 파악하냐”며 “제발 상식과 예의를 갖춰달라. 호텔 직원은 예언가가 아니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호텔도 가뭄 피해 장난 아닐 텐데 화를 왜 내는 거냐’, ‘기본 예의범절을 못 배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재난 상황인데 직원한테 화내면 뭐가 달라지냐’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에서 육·해·공군과 소방, 전국 지자체 및 기관이 지원한 살수차들이 수위를 높이고자 물을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최악의 가뭄 사태를 맞고 있는 강릉지역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9일 오후 1시30분 현재 저수율은 12.2%로 전날보다 0.2%포인트 감소,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맨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