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왕태석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일부 노조의 '고용 세습' 요구에 대해 "불공정의 대명사"라며 "이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근 노란봉투법 시행,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 처벌 강화 등 친노동 행보에 경영계 불만이 커지자, 균형을 잡는 차원에서 노동계에 견제 목소리를 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극히 일부 사례라고 믿겠지만 최근 노동조합원 자녀에게 우선 채용권을 부여하자고 하다가 말았다는 논란을 제가 보도에서 본 일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 자동차 회사 노조가 퇴직 희망자 자녀를 특별채용해 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는 보도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 세습은 과거 제조업 분야 일부 대기업 노조가 사측에 조합원 자녀 특채를 요구했던 관행으로 '현대판 음서제'란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현장의 어려움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힘이 있다고 현직 노조원 자녀를 특채하는 규정으로 만들면 다른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기업과 노조, 노조와 기업 양측 모두 국민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라며 "임금 체불과 소홀한 안전 관리를 없애야 되는 것처럼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노동자 측의 과도한 주장도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노사를 포함해 시장 참여자 모두가 상호 존중과 협력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4일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나보고 노동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잇단 산재에 대해선 엄벌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추락방지 시설에서 계속 떨어지는 게 이해가 안되는데, (사업주를) 엄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가깝다"며 성토했다. 이어 "(산재 방치는) '내가 감옥에 가는 일이다. 회사 망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연 15.9% 금리가 적용되는 최저 신용자 대출과 관련해선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라며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어 "돈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하면서 이자율을 15.9%, 경제성장률 1% 시대에 성장률의 10배가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들이 살 수 있느냐"며 "초우대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돈을 많이 빌려주는데 0.1%만이라도 부담을 더 시킨 다음, 그 중 일부를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좀 싸게 빌려주면 안 되냐"는 의견을 제안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에 "금융회사의 이익이 많으니 일정 부분을 출연해 공동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