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자유전진당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전진당(LLA)이 지방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다음날 증시가 출렁이는 등 밀레이 정권이 타격을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과 미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자유전진당은 33.7%를 기록하며 47.3%로 1위를 차지한 좌파 페론주의 연합인 푸에르사 파트리아에 무려 13%포인트 이상 차이로 패했다.
아르헨티나 전체 유권자의 40%가 집중된 부에노스아이레스주의 선거는 다음달 26일 중간선거의 향방을 보여주는 가늠자로 꼽히는데, 이번 결과는 최근 정치적 위기를 연이어 겪고 있는 밀레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앞서 아르헨티나 상원이 장애인 보호 및 복지개선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면서 밀레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밀레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동생인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부의 공공 의료품 구매와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담긴 녹취가 유출되면서 정치적 입지는 한층 더 좁아졌다 .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경제적 충격 여파도 문제다. 아르헨티나 주요 주가지수인 메르발지수는 전일 대비 13.25% 급락한 173만2923.75에 마감했다. 페소화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3.74% 상승(페소화 가치 하락)해 달러당 1415페소까지 뛰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선거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자유전진당 대패는 자산가격 하락, 비관적 전망이라는 악순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도 분석했다. 투자 은행 제이피(JP)모건도 “패배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며 “국채부의 외환시장 개입에도 앞으로 50일 남짓한 기간 동안 페소화는 여전히 추가 하락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가 직접 달러를 시장에 풀어 환율을 방어하는 조처를 했지만, 오히려 보유 외환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밀레이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개혁은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우리는 오늘 분명히 패했다”면서도 “우리가 선출된 이유인, 경제 노선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전력을 다해 재정 균형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공약하며 급진적 경제정책을 앞세워 2023년 집권한 밀레이 대통령은 재정 흑자와 인플레이션 둔화 성과 등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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