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세계일보 언론사 이미지

정청래, 협치 언급 없이 ‘내란만 26번’… 野 면전서 맹폭 [與 교섭단체 대표 연설]

세계일보
원문보기

정청래, 협치 언급 없이 ‘내란만 26번’… 野 면전서 맹폭 [與 교섭단체 대표 연설]

서울맑음 / -3.9 °
野대표와 회동 다음날 ‘대립각’

鄭 “내란 청산은 악행 청산하자는 것”
‘계엄의 강’ 못 건너는 국힘에 경고장
‘尹 재판 침대축구’ 발언에 고성 오가
일부 野의원은 항의성으로 자리 떠나
조국혁신당 “시대적 과제 제시” 평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첫 여야 대표 회동을 한 지 하루 만인 9일 “내란 세력과의 결별”을 국민의힘에 촉구한 것은, 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구속 이후에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며 여전히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 대표의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 일부는 연설 도중 나가는 등 강한 반발 의사를 보였다.

◆‘내란’은 26회, ‘협치’는 ‘0’

정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중점 강조한 것은 ‘내란 청산’ 필요성이었다. ‘국민’(80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언급한 단어가 ‘내란’(26회)이었다. 이외에도 ‘민주주의’(18회), ‘개혁’(18회), ‘평화’(18회), ‘청산’(17회), ‘헌법’(17회) 등을 거론하며 계엄의 위법성과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22회), ‘이재명정부’(20회), ‘경제’(16회)를 언급하며 이재명정부의 성과를 알리는 데도 집중했다. 반면 ‘협치’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 향해 삿대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야당을 겨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야당 향해 삿대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야당을 겨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정 대표의 강경 발언에 본회의장 반응은 두 쪽으로 쪼개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 대표의 연설이 진행된 약 50분 동안 46회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반응은 차가웠다. 야당은 정 대표가 연설에 앞서 허리 숙여 인사했음에도 받아주지 않았고, 연설 중 박수도 치지 않았다.

정 대표가 내란을 언급하면서 여야 간 대치는 격화했다. 정 대표가 “내란 청산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분단을 악용하고, 정의의 가면 뒤에서 저질렀던 악행을 청산하자는 것”이라고 말하자 국민의힘은 “내란이 왜 나오냐”고 항의했다. 민주당 의석에서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비난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미국 대사관에 누가 갔냐”, “반미 테러리스트”, “반미 좌파”라고 정 대표를 저격했다.

정 대표가 “언제까지 내란당의 오명을 끌어안고 살 것이냐.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자 국민의힘은 “폄훼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정 대표가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할 수 있다. 건강한 야당으로 돌아오라”고 말하자 일부 야당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자리를 뜨기도 했다.



정 대표가 “피고인 윤석열의 재판은 침대 축구처럼 느리다”고 발언한 대목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재판이 침대 축구다”, “이재명은 언제 재판받나”고 맞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듣기 싫으면 나가라”고 고성을 지르자 정 대표는 “양쪽 다 조용히 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중재에 나섰다. 그러고선 “국민의힘 의원들께 부탁드린다. 일단 들어보라. 다 뼈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과 한·미 정상회담 등 이재명정부의 성과를 치켜세우자 “거짓말하지 말라”거나 “아무 말 대잔치”라며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누가 구시렁거리냐”, “대쪽 같은 말이다. 새겨들어라”라고 반발하며 양측이 또 한 번 옥신각신했다.

◆“윤어게인 외치면 협치 어려워”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프랑스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즐겨 인용하며 ‘내란 세력 척결’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정 대표의 국회 집무실 앞 복도에는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 모의를 한 것으로 조사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주요 내용이 게시돼 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진보 진영 인사들을 불법 체포해 배에 실은 뒤 해상에서 폭파한다는 등의 계획이 담겨 있는 ‘노상원 수첩’의 일부다. 정 대표가 3대(검찰·언론·사법) 개혁 못지않게 ‘내란 극복’을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대표는 지난 1일엔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적 변곡점에 놓여있다”며 “흡사 해방정국 반민특위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때 친일파 척결이 시대적 과제였다면, 지금은 내란 세력 척결이 시대 정신이고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미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계엄의 위헌성과 불법성 판단은 끝났다”며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안을 두고 야권에서 윤어게인(Yoon Again·다시 윤석열)을 외치면 우리로선 협치의 상대방으로 그들을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정 대표의 연설이 “시대적 과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ABCDEF(인공지능·바이오·문화·방위산업·친환경·제조업) 성장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정 대표의 언급에 대해선 ‘사회권 보장’을 뜻하는 ‘G’를 덧붙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주거·건강·노동·교육권 등 국민 기본권을 확대·보장하는 복지 선진국을 만들자는 것으로,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제시한 정책 지향점이다. 혁신당 백선희 원내대변인은 “개혁과 사회권 확대가 동시에 이뤄질 때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완성된다”고 논평했다.

배민영·조희연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