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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명예훼손 "트럼프, 1150억원 배상하라" 판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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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명예훼손 "트럼프, 1150억원 배상하라" 판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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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히 하락세 출발, 나스닥 0.62%↓
배상금 80%가 징벌적 손해배상
"트럼프 처벌 안 하면 모욕 안 멈춰"
대통령 면책권 적용 불가 판단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성경 박물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성경 박물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과거 자신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을 명예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00억 원대 배상금을 내놔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대통령 면책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미국 뉴욕주 연방 항소법원은 8일(현지시간) 판사 3인 만장일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작가 E 진 캐럴에게 8,330만 달러(약 1,150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 결정을 유지하기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전체 배상금 중 6,500만 달러(약 901억 원)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악의적으로 행동했다는 판단에서 부과됐다.

이 사건은 캐럴이 1996년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대통령(당시 기업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2019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 당시 첫 임기 중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을 부정하며 피해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캐럴이 책을 팔기 위해 완전한 거짓을 늘어놓고 있다"는 비난부터 "그녀는 너무 매력이 없어서 내가 성적인 폭행을 가했을 리가 없다"는 식의 모욕, 그리고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협박까지 쏟아졌다. 2023년 맨해튼 지방법원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캐럴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해 12월 항소법원은 이 판결 내용을 유지했다.

작가 E 진 캐롤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소재 맨해튼 항소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작가 E 진 캐롤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소재 맨해튼 항소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이번 판결은 사건 자체와는 별도로 진행된 명예훼손 관련 판단이다. 항소법원은 판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은 놀라울 정도로 심하고 어쩌면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캐럴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인해 살해 협박 등 공개적인 괴롭힘을 당했고, 공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고 봤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재정적 처벌을 받지 않는 한 그를 모욕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주장한 '대통령 면책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대법원은 대통령의 공식 행위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면책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이 원칙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은 "우리는 1심 법원 판결에서 어떤 오류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배심원단이 정당하게 내린 손해배상 판정은 이 사건의 특별하고 엄청난 사실에 비춰 볼 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