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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확률형 아이템을 조합해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컴플리트 가챠(완성형 뽑기)’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게임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컴플리트 가챠 금지’를 내세운 만큼 이번에는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업계는 매출 하락과 혁신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컴플리트 가챠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유료 게임 콘텐츠에 대한 판매자의 정확한 정보제공 의무, 판매자의 과실로 유료 게임 콘텐츠 환불·회수가 필요한 경우 구매대금을 온전히 반환받을 수 있는 근거 등을 명시했다. 또 게임사가 의무 공시한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 비율이 실제와 다르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계 공무원에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컴플리트 가챠는 ‘컴플리트(Complete)’와 ‘가챠(Gacha)’의 합성어로, 확률형 아이템을 모아 새로운 아이템이나 콘텐츠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완성하는 게임 수익모델(BM)이다. 가령 A, B, C 세 아이템을 모두 모아야 고급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이템을 모아 완성하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아이템마다 등장 확률이 제각각으로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한 최종 지출 금액을 예측하기 어렵게 구성됐다. 나아가 중도 포기 시 사용 비용이 모두 매몰 비용이 된다는 점에서 사행성을 부추기고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외에서는 컴플리트 가챠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컴플리트 가챠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일본의 경우 2012년 소비자청 주도 하에 컴플리트 가챠를 사행성 요소로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2016년부터 금지했다. 이어 일본온라인게임협회(JOGA)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유료 뽑기 결과물을 특정 조합으로 완성하면 보상을 주는 모든 형태를 금지했다. 중국은 천장(획득 상한선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확정 획득까지 걸리는 시행 수를 표기하도록 한다. 컴플리트 가챠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거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앞서 컴플리트 가챠 금지 조항이 담긴 ‘게임산업진흥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내용은 빠진 상태로 통과됐다. 게임업계와 협회를 중심으로 산업 위축 우려가 제기됐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를 게임사의 사업 아이템으로 판단해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컴플리트 가챠 금지’를 내세운 데다 여당 지도부까지 직접 나서면서 입법 추진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에 게임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4년 전 게임업계는 컴플리트 가챠 금지가 게임사의 BM을 축소해 매출 하락과 혁신 저해를 우려하며 반발한 바 있다. 컴플리트 가챠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리니지 라이크’ 장르 등 일부 게임의 핵심 BM으로 남아 있다. 수집형, 합성형 뽑기 등 컴플리트 가챠와 유사한 구조의 BM을 도입한 사례는 최근까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게임업계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해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면서 일부 게임사가 실제와 다른 확률 정보를 제공해 왔던 사실이 다수 보고됐다. 그동안 게임업계가 주장했던 자율규제의 신뢰성이 무너지며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우세한 상황이다. 게임 시장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지나친 과금으로 비판받던 게임들이 점차 이용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최근 출시되는 신작들은 과도한 과금 요소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추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컴플리트 가챠를 포함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산업 성장과 이용자 권익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면서도 “하지만 해외에서 이미 제도화가 진행 중이고 국내도 확률형 아이템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만큼 과거와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장의 수익에는 타격을 받아도 장기적으로 건강한 게임 문화를 조성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국내 유저 중 한국 게임을 즐기는 비중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줄고 있다. 과도한 과금 구조로 인해 해외 스팀, 콘솔게임, 모바일게임으로 떠나는 유저가 급증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컴플리트 가챠를 대체할 다른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은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 발의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이용자와 업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건강한 게임 환경을 마련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협회 역시 본회의 통과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이용자 보호 정책 마련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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