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재부 국제차관보·박정성 산업부 무투실장 등 실무단 구성
미일 행정서명 이후 긴급 방미...투자패키지관련 협의과정서 비자쿼터 요청
김정관 장관, 러트닉 장관 개인폰에 문자...강한 유감 표명
미일 행정서명 이후 긴급 방미...투자패키지관련 협의과정서 비자쿼터 요청
김정관 장관, 러트닉 장관 개인폰에 문자...강한 유감 표명
미 이민세관단속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을 급습해 인력들을 체포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 통상 실무 대표단이 비공개로 미국을 찾아 한국인 비자 쿼터 확대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 사태가 재발할 수 있고,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추진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한미 환율 협상의 최고 책임자인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차관보와 대미 관세기술협상 실무대표를 맡고 있는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안홍상 산업부 미주통상과장, 김종우 산업부 수출입과장 등이 지난 7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해 미 무역대표부(USTR)·상무부 등과 후속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실무협상단은 미국 측 당국자들과 후속 협의를 하면서 대미 투자 관련 비자쿼터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사태 발생 직후, 카운터파트너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개인 휴대폰에 문자로 한국 기업과 근로자의 어려움에 대한 유감을 직접 전달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한미관세협상타결 당시 상호관세율 인하를 조건으로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약속했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투자 패키지는 조선 분야 ‘마스가’ 프로젝트 1500억달러,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2000억달러를 각각 투자하는 방식이며, 투자는 직접 투자(equity)와 대출(loans), 보증(credit guarantees)을 통해 지원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내년 예산안에 대미 투자 확대에 대비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에 자본금 확충, 추가 출자 등을 위한 예산 1조9000억원을 반영했다. 환율정책과 수출입은행을 총괄하고 있는 최 차관보가 동행한 것도 이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또 무역보험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우 수출입과장도 이번 실무단 출장단에 포함됐다. 김 과장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당시 사전준비출장단에 동행한 이후 두번째다.
이 가운데 ‘마스가’는 수천명의 한국 기술인력이 필요한 만큼 기존 추산 1만5000개를 포함, 적어도 2만개 이상의 비자 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자 쿼터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숙련공 파견이 막히면서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사업 확장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호주는 1만500명, 싱가포르는 5400명, 칠레는 1400명의 쿼터를 확보했지만 한국은 전용 취업비자가 아직이다.
문제는 미국 내 반이민 정서가 커진 상황이라 특정 국가를 위한 비자 쿼터 혜택을 받아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미주 대륙 외 국가에 비자 쿼터를 준 것은 호주(2005년)가 사실상 마지막이고 이마저도 별도 입법을 거쳤다.
우리나라는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비자 쿼터 확대를 협상 조건으로 내건 후 트럼프 1기 때인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한구 통상본부장이 미국에 비자쿼터 확대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비자관련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나서지 않으면서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2021년 한국계인 영 김 공화당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서 미국에서 한국인 비자쿼터 관련 법이 미 의회에 올라간 적 있었다”면서 “그러나 현안에 밀려서 결국 무산됐는데 당시 외교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이번 조지아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관세와 대미 투자 방안을 놓고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중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 소재 HL-GA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단속을 벌였다.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이 체포·구금됐다.
실무협상단은 국내에서 민감한 농산물 분야에서도 미국측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미국에 ‘과채류 수입 위생 관련 양국 협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쌀과 소고기의 경우 이번 합의 대상에서 제외됐고, 검역 체계도 기존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협력 강화’를 통해 사실상 중단 상태인 미국산 농산물의 검역 절차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면 사과, 배, 복숭아 등 미국산 과채류의 한국 수입 일정이 빨라져 실질적인 미국산 농산물 추가 수입 개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은 특히 1993년 신청한 사과 검역이 20년 넘게 현재 8단계 중 2단계인 ‘수입 위험분석 절차 착수’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한국이 구체적 ‘시간표’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온라인 플랫폼법 도입, 구글과 애플이 요구한 정밀 지도 반출 허용과 같은 디지털 분야의 이슈들도 실무협의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