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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호랑이도 뒹굴뒹굴”…인삼보다 비싼 ‘이 풀’로 1조 매출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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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호랑이도 뒹굴뒹굴”…인삼보다 비싼 ‘이 풀’로 1조 매출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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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리만코리아 스마트팜 ‘리만팜’ 현장…‘자이언트 병풀’로 차별화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에서 재배 중인 ‘자이언트 병풀’.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에서 재배 중인 ‘자이언트 병풀’.


지난 3일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한 흰색 온실. 온도 25도에 습도 75%의 다소 후덥지근한 열기 사이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풀들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ETFE(초극박막불소수지필름) 소재의 투명한 천창 너머로는 햇살이 그대로 쏟아졌다. 줄기를 뜯어 향을 맡자 인삼이나 홍삼에서 나는 쌉싸래한 향이 느껴졌다.

이곳은 리만코리아가 지난해 5월 특허를 낸 세계 최초 ‘자이언트 병풀’ 전용 스마트팜 ‘리만팜’이다. 리만코리아 화장품인 ‘ICD(구 인셀덤)’ 핵심 원료 재배를 넘어 글로벌 K뷰티 입지 강화를 위한 차세대 전초 기지다.

◆ “크기도 효능도 압도적”…‘자이언트 병풀’ 뭐길래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 내부 모습.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 내부 모습.


병풀은 수천 년간 항균제, 구충제, 진통제 등 약재로 활용되다 현대 들어 피부 재생 효과가 확인돼 화장품 원료로 활용되는 식물이다. 싸우다 다친 호랑이들이 무성하게 자란 병풀 잎 위에서 뒹굴며 상처를 치유했다고 해 ‘호랑이풀’로도 불린다. 화장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카(CICA)’의 원료이기도 하다.

리만코리아는 일반 병풀의 효능을 극대화한 자이언트 병풀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 자이언트 병풀을 신품종으로 출원한 뒤 2022년 7월 ‘식물신품종보호법’ 제 54조에 따라 품종 보호 등록을 마쳤다. 이에 따라 리만코리아는 2042년 7월까지 20년간 자이언트 병풀 품종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기존 병풀보다 2∼4배가량 큰 자이언트 병풀(오른쪽).

기존 병풀보다 2∼4배가량 큰 자이언트 병풀(오른쪽).


기존 병풀과 다른 점은 뭘까. 통상 2배에서 4배 가까이 큰 크기가 먼저 눈에 띈다. 특히 성분 함량과 효능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게 리만코리아 설명이다. 일반 병풀 대비 폴리페놀은 81%, 플라보노이드는 40% 더 많고, 항산화 효과는 226% 향상돼 노화 방지에 탁월하다. 항염 효과도 12% 높아 피부 진정에도 효과적이다.

이태희 에스크베이스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외에서 100여개 이상의 병풀 샘플을 연구한 결과 가장 효능이 뛰어난 자이언트 병풀을 최종 확보하게 됐다”며 “생병풀만을 이용해 수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원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삼보다 비싸고 효능도 더 좋다”고 설명했다.


◆ 세계 최초 ‘자이언트 병풀 스마트팜’…제주 입지 살려 경쟁력↑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 전경.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 전경.


약 100억원이 투입된 자이언트 병풀의 스마트팜 역시 리만코리아가 내세우는 차별점 중 하나다. 총 부지 규모 1만4846㎡로 지난해 3월 착공해 올해 3월 완공됐다.

제주를 택한 이유는 기후적 특성 때문이다. 사계절 평균 25도 안팎의 기온과 70~80% 적정 습도가 유지돼 안정적 재배가 가능하다. 이 대표는 “제주도는 병풀의 원산지로 알려진 마다가스카르와 유사한 기후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연중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할 수 있어 병풀 자생 환경과 가장 가깝다”고 말했다. 제주 용암해수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청정성이 높아 ‘용암병풀수’ 원료로 활용된다.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 내부 모습.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 내부 모습.


재배기술 또한 차별화했다. 현재 적용 중인 첨단 재배 시스템은 충북농업기술원의 특허 재배기술로, 기술사용권을 체결해 도입했다. 천창은 자외선 투과율이 높은 ETFE 소재를 사용, 충분한 자외선이 필요한 병풀의 유효 성분을 더 풍부해지도록 했다. 스마트팜 내부에는 섬진강 모래 배드와 AI 자동 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연중 다섯 차례 이상 수확이 가능하다. 화학약품 사용을 줄여 친환경 무농약 재배도 실현 중이다.


◆ 글로벌 공략 가속화…“K뷰티 대표 소재로 자리매김할 것”

2018년 이후 누적 매출 약 1조원을 달성한 리만코리아는 이 같은 차별화된 제품력을 기반으로 해외 화장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 2000억원을 기록한 리만코리아는 올해 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글로벌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2023년 대만, 2024년 홍콩, 올해 상반기 말레이시아·멕시코·싱가포르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하반기에는 필리핀·영국 등 아시아, 유럽 주요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2026년에는 태국과 남미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지난 3일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태희 에스크베이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3일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리만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태희 에스크베이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이언트 병풀은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향후 K-뷰티를 대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소재”라며 “앞으로도 외부 연구기관 및 학계와의 협업을 강화해 효능 데이터를 검증하고,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원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글·사진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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