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조현 장관, 8일 오후 방미…미국 워싱턴 D.C.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만나 행정처리 마무리
(서울=뉴스1)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미국 이민 당국이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300여명을 체포·구금한 사태가 석방 교섭의 마무리로 일단락됐지만, 한국 기업의 '무비자 고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우리 기업이 미국에 직접 진출해 있고, 대미투자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자(사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사한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어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인 구금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선 여야 국회의원 모두 비자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미국의 비자 체계가 지목된다. 국내 기업이 미국 법인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E(상사 주재원이나 투자사 직원), H(임시 근로자), L(일반 주재원) 비자 등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재원(L1·E2) 비자 취득 조건은 극히 까다롭고 제한적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가 존재하지만, H-1B 취득은 기본적으로 추첨제(lottery)다. 이마저도 매년 3월 일괄 추첨이 이뤄지고, 실제 취득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현지 인력만으론 새로운 생산라인 구축이 어렵고, 국내에서 기술자를 파견하기 위해 정식 비자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공사 기한 등을 맞추기 위해 'ESTA'(전자여행허가제·미국의 사증 면제 프로그램)나 단기상용(B1) 비자를 활용해 왔다. 이번에 구금된 이들 중 대부분 단기 체류 목적의 무비자로 입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인 구금자에 대한 한미 간 석방교섭이 마무리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해서는 대미 프로젝트 출장자의 비자 체계를 점검하고 외교부의 영사 조력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진짜 문제는 비자가 아닌가. 지금까지 미국에 공장을 세우거나 유지보수할 때 ESTA나 B1 비자로 일을 해왔다"며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를 (미국으로부터) 받아 내는 등의 방법을 우리가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투자 요청이 있었고, 우리도 그에 대해 화답했다"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자 문제가 선결과제라는 점을 미국에 강조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앤드루스 합동기지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뒤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로 돌아와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그는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미국 이민당국이 한국인 노동자 300명을 체포해간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에 있다"고 답했다. 2025.9.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정부가 2012년부터 'E-4' 비자(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 신설을 위해 로비를 진행했지만, 미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동반자법'(PWKA)도 거론됐다. 이 법안은 지난 7월에도 영 김·시드니 캄라거-도브 하원의원 주도로 공동 발의됐다. 미국 정부가 전문 교육과 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E-4 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호주에 연간 1만500명, 싱가포르에 5400명, 칠레에는 1400명의 '전용 취업비자 쿼터'를 할당하고 있다.
김상욱 민주당 의원의 "동반자법이 기존에 (미 의회에서) 세 번이나 폐기됐다. 또 법안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조 장관은 "우리 대사관에서 고용한 로비스트, 로펌 등을 이용해 노력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아직은 좀 미약하고 또 활동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미국 측과) 충분히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실적으론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칠레와 싱가포르의 경우 2000년대 초반, 미국 내 반이민 정서가 약했던 시절에 이뤄진 협정이며, 호주의 경우 협정 체결 당시 정상 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국은 핵심 동맹국 일본에도 쿼터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당장의 입법으로 관련 문제를 풀기 어려운 만큼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한국인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주장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3500억원 상당의 대미 투자를 받기로 한 만큼 기업 진출을 위해 비자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선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향후 불이익이 없게 미국과 추가 협의해야 한다'고 말하자 "이미 그렇게 (미국 측과) 교섭을 해왔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미국 행정부와 한국인 구금자의 석방과 '자진 출국' 등에 따르는 현지 행정 절차를 마무리짓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향한다. 조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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