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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열풍'에 김밥 먹고 팔찌 찬 외국인… 서울에서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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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열풍'에 김밥 먹고 팔찌 찬 외국인… 서울에서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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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강좌·김밥 체험... 외국인 발길 이어져
색다른 'K콘텐츠' 경험에 추가 수업 개설도
"케데헌 현상,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만들 것"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광재단 강의실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아이돌그룹 '사자보이즈'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광재단 강의실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아이돌그룹 '사자보이즈'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자, 쿵쿵따! 워킹~ 원 모어 타임!"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근처 안무 연습실.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안무가의 구호에 맞춰 30여 명의 외국인 청년이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인기 아이돌 그룹 '사자보이즈'가 노래 '유어 아이돌(Your Idol)'에 맞춰 선보인 춤 그대로다. 익숙지 않은 몸짓에 허둥대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음악이 고조되면서 리듬에 몸을 맡기는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난다. 이날 강의는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이 매주 토요일 진행하는 'K팝 댄스 배우기'이다. 이란에서 온 관광객 키아나(24)는 "케데헌 배경이 된 한강이나 낙산공원에도 다녀왔지만, 같이 춤을 배우는 시간이 단순한 촬영지 방문보다 더 특별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외국인에 필수코스 된 '케데헌' 체험..."순식간에 예약 마감"


최근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케데헌'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어가 됐다. 이들은 낙산공원 성곽길, 남산서울타워, 잠실종합운동장 등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장소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케데헌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에 맞춰 춤을 추고, 케데헌 등장인물 루미와 진우가 착용한 전통 매듭 팔찌, 헌트릭스가 무대에 오르기 전 즐기던 김밥과 라면 등을 체험한다. K문화의 새로운 면모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칠레에서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온 아만다(26)는 "루미와 진우가 낙산공원에서 교환했던 매듭 팔찌를 직접 만들어보니 마치 작품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런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을 반영해 지난 8월 서울관광재단이 선보인 체험 프로그램 '서울컬처헌터스'는 그야말로 인기 폭발이다. 주 1회였던 프로그램을 주 2회로 늘릴 정도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자보이즈의 의상을 입고 릴스 영상을 찍거나, 김밥을 만들어 먹으면서 즐거워한다"며 "한 번 경험한 분들이 '엔(n)회 차' 체험을 하거나, 가족을 이끌고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관광객이 5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한방진흥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한 관광객이 5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한방진흥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케데헌 열풍, 지속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



7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5 한강 불빛 공연(드론 라이트쇼)에서 1,200여 대의 드론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캐릭터의 모습을 이루며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뉴스1

7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5 한강 불빛 공연(드론 라이트쇼)에서 1,200여 대의 드론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캐릭터의 모습을 이루며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케데헌 열풍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관광 자원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7일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5 한강 불빛 공연(드론 라이트쇼)'의 흥행도 그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케데헌 OST와 함께 1,200대 드론이 작품 속 캐릭터와 청담대교, 북촌한옥마을 등 서울 명소 형태를 밤하늘에 수놓은 이번 행사는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약 2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향후 넷플릭스의 지식재산권(IP) 사용 동의를 얻어 케데헌 관련 포토존, 버스에서 OST를 틀고 탑승객이 함께 따라 부르는 '싱어롱 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케데헌을 통한 K콘텐츠의 성과는 아직 시작일 뿐"이라며 "제2, 제3의 케데헌이 나왔을 때 서울시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K콘텐츠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