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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당 성폭력 피해자 측 “당 지도부 총사퇴, 오히려 폭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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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당 성폭력 피해자 측 “당 지도부 총사퇴, 오히려 폭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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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김건희 특검 30일 수사기간 연장 승인
강미숙 고문 "피해자들이 공격받게 하는 것"
"조국 수감 때 '10쪽 손편지' 써도 답장 없어"
비대위원장엔 "조국 아니라 제3자가 맡아야"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는 강미숙 혁신당 여성위원회 고문이 '지도부 총사퇴'에 나선 당의 대처를 두고 "피해자들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8일 지적했다.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을 위기에 빠뜨렸다'며 피해자를 공격할 빌미를 줬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조국 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미온적 대응에도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강 고문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피해자들에게 '무엇을 원하나'라고 묻는 것이 순서인데,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렇게 (총사퇴를) 하는 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먹던 우물에 침 뱉고 떠났다' '당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공격을 받게 하는 것"이라며 "당 위기 관리에 실패한 분들이 이제 (사면돼) 나온 조 원장에게 다 떠넘기고 가는 모양새가 돼 많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조 원장의 '무대응'도 비판했다. 사건 당시 수감 중이었던 '조국 전 당대표'에게 10쪽이 넘는 손편지를 써서 보냈는데도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 고문은 당시 편지에 △성폭력 사건의 배경 △당이 보강해야 할 점 △가해자 징계 이후 피해자의 회복·복귀 조치에 대한 내용 등을 적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회복 조치나 업무 복귀와 관련해 당과 잘 논의가 되지 않으니, (만약 조 원장이) 사면돼 나오시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는 취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원장이 지난달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이후에도 별다른 언급도 없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서운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결국 강 고문은 지난달 21일 조 원장에게 '피해자들을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조 원장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취지의 답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 고문은 "(당시 조 원장은) '지금 뭔가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 지방 일정을 마치고 나면 피해자인 강미정 대변인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겠다'고 했다"며 "'제가 편지를 쓴 것은 위로해 달라는 뜻이 아니라 (피해자의) 업무 복귀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후 조 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으나, 피해자와의 만남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강 고문은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가 맡아야 할지에 대해선 "조 원장이 아니라 제3자가 더 낫다"고 했다. 그는 "조국 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아무래도 조 원장 의견이 가장 우선시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의견, 끝장 토론으로 가려면 수평적 구조의 비대위원장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