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빈집에 철거 대상 공지가 붙어있다./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
정부가 도심 내 방치된 빈집을 활용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정책 실행의 기반이 될 관련 통계와 현황 자료부터 제각각이라 혼선이 예상된다.
최근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는 '빈집정비촉진지역'을 신설하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빈건축물정비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에 개발 가능한 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기존 자산을 적극적으로 정비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는 일각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8일 주요 빈집 통계를 살펴보면 집계 기관마다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제 정책 실효성을 위해서는 빈집을 관리하거나 추산할 전국 단위의 통합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빈집 관련 집계기관은 크게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하는데 발표하는 빈집 수는 수 배에서 많게는 열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주택총조사' 기준으로는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빈집 규모는 160만 가구에 육박한다. 2021년 140만 가구에서 2022년 145만 가구, 2023년 153만, 2024년 159만9086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지난해 서울의 빈집 수는 10만2556가구에 달한다. 서울 전체 주택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서구가 1만476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남구 1만248가구, 용산구 7499가구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외곽 지역의 빈집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도심권에 노후 주택이 빈집으로 방치돼 있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빈집애' 시스템에서는 2024년 전국의 빈집수는 13만 4009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전체 빈집 수가 고작 6711가구에 불과했다. 성북구, 용산구, 강북구가 각각 1~3위를 차지하며 통계청의 발표와도 달랐다. 빈집애 시스템은 지난 5월 행정안전부는 '범정부 빈집정비 종합계획' 발표와 함께 운영되기 시작한 빈집 현황 제공 플랫폼으로 지난해 현황 외엔 자료가 부족하다.
같은 서울시, 같은 해의 빈집 수를 두고 10만 가구 대 7000 가구라는 '극단적인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빈집'에 대한 정의 자체에서부터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포괄적으로 집계했다. 단기간 매매나 전·월세 준비 중인 공실도 미거주 주택도 포함되는 셈이다. 일시적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신축 미입주 아파트, 리모델링 중인 주택 등도 모두 빈집으로 파악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등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으로 폭을 좁혔다. 해당 주택이 장기간 관리되지 않고 실질적인 정비나 철거가 필요한 수준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했다.
이와 같은 통계상의 혼선은 정책 수립과 실행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업 우선순위 선정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지자체별 빈집 관련 예산이나 정비 계획을 수립할 때도 과소 또는 과대추정으로 예산 낭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심 내 빈집을 주택 공급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려면 우선 '어떤 빈집'을 활용할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조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공실은 시장 흐름 속에서 자연히 흡수되거나 재유통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방치된 빈집은 도시 슬럼화를 유발하고 지역 가치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활용 여부와 무관하게 정확한 데이터 수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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