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투자회사 CEO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눈앞에 닥친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모두 요동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내부에선 금융소비자원 설립으로 ‘민원 전담 부서’로 가게 될 수 있다는 반발과 금융위원회에선 갑자기 세종시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술렁이는 모습이다. 금융업계에서도 상대해야 할 기관이 4곳으로 늘어나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8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편안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리 나누기식 개편”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분리 신설과 관련해 “금융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은 연계돼야 제대로 작동한다”며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소비자는 제도 개편의 피해자가 되고, 실질적 권익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에 전체 이메일을 보내 직원들을 다독였다. 그는 “감독체계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금감원·금소원의 기능과 역할 등 세부 사항을 꼼꼼하게 챙기고, 금감원·금소원 간 인사 교류, 직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여러분들의 걱정이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전 직원 대상 긴급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선 공공기관 지정과 함께 금소원이 분리 신설되면 검사·감독 기능이 중복되고, 금소원이 ‘민원처리 전담’ 부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금소원이 바로 신설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당국 안팎을 술렁이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위가 나눠지는 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포함되지만 금소원 신설은 법안이 다르기 떄문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야당이 맡고 있어 통과되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감도개편 초안을 만든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는 통화에서 “금감위 설치법이 정부조직법과 함께 처리되지 않는다면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금융시장에 문제를 일으킬만한 ‘트리거’도 많아 신속히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의 경우, 입법 절차가 필요치 않아 비교적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은 금감원의 견제를 위해 공공기관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거 금감원이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개편안은 오히려 정치적 입김 등 외부 압력에 취약해지는 방향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금융위에서도 국내 금융정책 기능의 재경부 이관과 금감위로의 전환을 두고 동요가 일었다. 조직개편 발표 전까지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조직의 효용성을 증명했으나, ‘해체’에 가까운 방향성이 그대로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부서 내부적으로는 너무 동요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다만 일부 직원들은 당장 재경부가 있는 세종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할 수 있으니, 서로 걱정을 토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금융권을 맡는 정부 조직이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곳으로 나뉘게 되다보니 사실상 ‘시어머니’가 더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일이 터지면 대응해야 할 기관이 늘어나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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