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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유가족 눈물 호소…‘친밀 관계 폭력처벌법’ 처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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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유가족 눈물 호소…‘친밀 관계 폭력처벌법’ 처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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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소통관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친밀 관계 폭력 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친밀 관계 폭력 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저는 오늘 이 법안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국회와 정부가 하루빨리 행동에 나서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지난 2023년 7월17일 인천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이자 범죄피해자연대 활동가인 이경숙씨가 8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무대에 서서 말했다. 그의 가족 ㄱ씨는 법원의 접근금지 조치를 어기고 집으로 찾아간 전 연인 설아무개씨에게 살해당했다. 경숙씨는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다시는 어느 누구의 가족도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동안, 울음을 참느라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경숙씨가 지지 의사를 밝힌 법안은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가정폭력처벌법)이다. 용 의원은 이 법안에 ‘친밀 관계 폭력 처벌법’이란 이름을 붙였다. 기존 가정폭력처벌법에서는 규율하지 못했던 경숙씨 가족 사건 같은 교제폭력, 스토킹 범죄 등을 폭넓게 다룰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가정구성원·교제관계·동거관계 등 친밀한 관계 전반을 포괄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교제폭력 관련 법안들은 세 방향으로 나뉜다. 교제폭력에 대한 독립적인 법률 제정안, 기존 가정폭력처벌법 또는 스토킹처벌법에 교제폭력을 추가하는 개정안 등이다. 용 의원 법안은 가정폭력처벌법을 바꾸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기존 발의안들과 같으면서도, ‘가정 유지’라는 기존 법률의 초점을 ‘피해자 보호’로 완전히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형사처벌에 예외를 두는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는 물론 보호처분까지 폐지한 점이 대표적 차이다. 용 의원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친밀관계폭력을 규율하는 유일한 법인 가정폭력처벌법은 사실상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는 법”이라며 “이제는 친밀관계폭력을 ‘사랑싸움’으로 치부하고 범죄자에 대한 미온적 처분을 허용해온 가정폭력처벌법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피해자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현행 100m 이내인 접근금지 범위를 1㎞ 이내로 확대하고, 스토킹처벌법처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임시조치에 포함시켰다. 현재 가정폭력처벌법의 임시조치에는 ‘전자발찌 부착’이 포함돼 있지 않다. 가해자가 임시조치를 위반할 경우 전자발찌 부착이나 유치장 유치를 의무적으로 청구하고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승인하도록 했다. 피해자보호명령 기간 연장 상한을 없애 장기간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신고 초기부터 경찰이 친밀관계폭력에 엄격히 대응할 수 있도록 경찰의 현장진입 권한과 피해자-가해자 분리 의무를 강화했다. 만약 쌍방폭행으로 신고가 접수된 경우 기존 신고 이력 등을 토대로 주가해자를 식별하도록 했다. 이밖에 반복적·지속해서 친밀관계폭력에 노출된 피해자의 예방적·방위적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친밀관계폭력범죄에 스토킹범죄, 동물학대범죄 등을 포함해 형법을 위반하는 모든 범죄를 망라했다. 용 의원은 구속사유에 피해자 위해 우려를 포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를 친밀관계폭력처벌법과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친밀 관계 폭력 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친밀 관계 폭력 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는 교제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사건 피해자들을 꾸준히 지원해온 여성단체 활동가들도 참여해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국회의 빠른 입법을 촉구했다. 최선혜 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교제폭력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22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 대부분은 기존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둔 채 교제폭력만을 덧붙이는 부분적 개정에 그치고 있어 피해자 보호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는 부족하다”면서 “가장 이상적인 입법 방향이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해 교제관계 포함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규율하는 것이라고 볼 때 용 의원실에서 발의하는 법안이 가정폭력처벌법의 한계를 최소화한 전면 개정안으로 제안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김혜정 성폭력상담소장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모든 당의 정책위원회, 원내대표는 이 법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지하고 제대로 승인해야 한다”면서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의 입법과 실행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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