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7일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풀려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이 환영받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스라엘 대법원이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충분한 음식이 공급되고 있지 않다며 이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라고 정부에 명령했다. AP통신은 이날 판결에 대해 “이스라엘 사법부는 전쟁이 벌어진 23개월간 정부의 조치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거의 없다”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법관 3명은 이날 정부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기본적인 생활 조건’을 제공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다만 정부가 법적 의무에 따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제공하고 있는지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갈렸다. 대법관 2명은 정부가 식량을 충분히 주지 않는 정황이 있다고 봤지만 1명은 수감자들이 적절한 양의 식량을 공급받고 있다는 소수 의견을 제출했다.
다프네 바라크 에레즈 대법관은 “정부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식단을 제공하고 수감자들의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며 “각 수감자의 개인적 필요와 상황에 따라 추가 식량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전쟁으로 인한 (이스라엘인의) 감정과 고통,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상황을 무시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는 법이 요구하는 기본적 삶의 조건의 문제다. 우리가 최악의 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가자지구 주민 수천명을 수용소와 교도소 등에 구금했다. 또 이 중 수천명을 몇 달간 구금한 후 기소하지 않고 석방했다.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을 구금한 시설에서 식량과 의료 서비스 부족, 열악한 위생 환경과 구타 등 광범위한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시설에 구금됐던 팔레스타인인 최소 6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숨진 한 17세 팔레스타인인 소년의 사인이 영양실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교도소에서 작성한 식단표는 공인된 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이스라엘시민권협회(ACRI)와 이스라엘 인권단체 기샤가 이스라엘 교도소 관리국, 교도소 시스템을 감독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등을 상대로 지난해 제기했다. 이들은 수감자들이 부족한 영양 섭취, 배고픔, 급격한 체중 감소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 후 ACRI는 엑스에 “이스라엘은 교도소를 고문 수용소로 만들었다”며 “국가는 사람을 굶겨선 안 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굶주리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 판결에 반발하며 “(대법원은) 하마스를 옹호하고 있다. 구금된 테러리스트들에게 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조건만 제공하겠다는 정책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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