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검색 기록에 들통…시부모 '독버섯 살인'한 며느리

시부모와 시이모를 독버섯으로 살해한 호주 여성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독버섯의 일종인 알광대버섯. /사진=뉴시스

시부모와 시이모에게 독버섯으로 만든 요리를 대접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호주 여성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법원은 이날 '독버섯 살인 사건'의 주범 에린 패터슨(51)에게 33년 동안 가석방이 불가한 종신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세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살아남은 이모부에게 영구적 장애를 남겼다"며 "자녀들에게는 사랑하는 조부모를 잃는 고통을 안겼다"고 밝혔다. 이어 "반성조차 하지 않는 태도는 피해자 가족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지적했다.

패터슨은 시부모와 시이모를 살해하고, 시이모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3년 7월 시부모와 시이모 부부 등 4명을 빅토리아주 자택으로 초대해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메뉴는 다진 쇠고기와 버섯이 들어간 비프 웰링턴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귀가한 이들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시부모와 시이모는 약 일주일 만에 숨지고 시이모부만 목숨을 건졌다.

에린 패터슨이 버섯을 말린 식품 건조기. /사진=빅토리아 대법원

패터슨이 만든 음식에서는 독버섯인 알광대버섯 성분이 검출됐다. 알광대버섯은 식용 버섯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독성이 가장 강한 버섯 중 하나다. 버섯 반 개만으로도 성인 1명을 죽일 수 있는 독소가 들어 있다.

경찰은 패터슨이 남편과 갈등 끝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패터슨은 남편 사이먼 패터슨과 자녀 양육비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고, 최근까지 별거 중이었다. 그는 시부모·시이모 부부와 점심 식사에도 사이먼을 초대했지만, 사이먼은 "부부 사이가 소원한 상황에서 식사 자리에 가는 건 불편하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패터슨 측은 재판 내내 "문제의 버섯이 독버섯인 줄 모르고, 실수로 요리에 넣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 패터슨만 색깔이 다른 접시에 음식을 따로 담아 먹은 점 △ 사건 1년 전 그가 컴퓨터로 '알광대버섯 자생지 지도'를 검색한 점 등을 토대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살아남은 이모부는 재판 후 "일이 잘못될 때 우리의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사람들, 서비스,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삶과 우리 공동체의 삶은 타인의 친절에 달려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친절하기를 바란다"면서 "기도와 응원 메시지로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호주 전역과 세계의 많은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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