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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구속기소…희림 ‘압구정 재건축’ 알선수재도 포함

중앙일보 손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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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구속기소…희림 ‘압구정 재건축’ 알선수재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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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통일교 청탁 의혹’ 당사자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건희 여사의 ‘통일교 청탁 의혹’ 당사자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세무조사와 형사고발 사건 무마 등을 명목으로 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특검 수사로 드러났다.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주관 전시회에 수차례 후원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도 압구정 재건축 관련 청탁 명목으로 전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8일 전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알선수재 혐의는 통일교 고가 목걸이와 가방 수수 의혹 외에 기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 사건이 포함됐다.

전씨는 2022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세무조사 및 형사고발 무마 등 명목으로 약 45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2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진 카카오 계열사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 콘랩컴퍼니의 청탁을 받아 약 1억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희림은 2023년 7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 건축설계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서울시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이후 경찰은 같은해 11월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희림의 사기미수, 업무방해, 입찰방해 의혹을 모두 불송치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 전씨가 관여한 걸로 의심하고 있다. 전씨는 희림으로부터 2년 6개월 동안 34차례에 걸쳐 금품 등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콘랩컴퍼니는 경기 의왕백운밸리에 조성된 무민밸리 테마파크를 총괄했는데, 이 사업 추진 관련 청탁과 알선을 받고 전씨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설립된 콘랩컴퍼니는 핀란드 캐릭터 무민의 국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무민밸리를 조성한 뒤 지난 6월 폐업한 상태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부 관련 청탁도 있었으나 김건희씨에 대한 청탁 여부는 수사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가 기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시기인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전씨가 국세청 고위 공무원에게 기업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한 사실을 파악한 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조사에 나선 바 있다. 희림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전씨에게)대가성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고, 희림의 공식적인 의사결정이나 활동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특검팀은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 통일교 청탁 의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특검팀은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 통일교 청탁 의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김 여사의 통일교 목걸이·가방 수수 공범



전씨는 김 여사의 통일교 측 고가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수수한 혐의 공범으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월과 7월 윤영호(48·구속기소)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지원 청탁을 받고 영국 명품 그라프(Graff) 목걸이, 샤넬(Chanel) 가방 2개 등 총 8293만원 상당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전씨는 이 시기 통일교의 재계 명칭인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며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 공소장에 전씨를 김 여사를 대신해 통일교와 관계를 유지한 인물이라고 적시했다.


전씨는 지난 2022년 5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봉화군을 지역구로 하는 박창욱 국민의힘 경북도의원의 후보 공천 관련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박 의원은 이후 공천을 받아 당선돼 현재 도의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 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소환조사를 받았다.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추천한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는 최소 5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에게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전씨를 지난 1월 불구속기소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김건희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김건희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전씨는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여사가 “대선을 도와줘 고맙다. 총재님께 인사드리겠다”고 한 통화내용을 통일교 측 인사에게 전하면서 “향후 통일교에 은혜를 갚겠다. 통일교는 내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씨는 이날 기소된 혐의 외에도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집단 당원 가입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2일 전씨를 구속한 뒤 총 6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전씨가 전면 부인하던 진술 태도를 일부 시인으로 바꿨다고 한다. 특검팀은 오는 11일엔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9일엔 서희건설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매관매직 의혹 관련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참고인으로 부른다. 이날 통일교의 대선 자금 지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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