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AP]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차기 총리가 누가될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린다.
8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 소속 유력 정치인들이 총재 선거 출마에 의욕을 나타내면서 당권 쟁탈전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9)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과 정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면서 출마할 결심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50) 전 경제안보상도 “베테랑도 젊은 의원도 ‘원(ONE) 자민’으로 확실하게 정리되는 체제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입후보를) 동료와 제대로 상담하겠다”며 입후보 의향을 밝혔다.
일본 언론들이 주목하는 유력한 후보 2명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 농림수산상이다. 당내에서도 이들이 포스트 이시바로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지난해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으나, 결선에서 패했다. 이시바 정권에서 자민당 총무회장직을 사양한 그는 당 집행부와 거리를 둬 왔다. 이시바 정권 출범 이후에는 고물가 대책 등을 자주 비판했다. 이시바 정권의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당내 보수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당 최고고문이 지난 총재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다.
‘아베걸’로 불리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 더한 극우 성향으로 꼽힌다. 지난 총재 선거에서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안치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한 극우단체 행사에서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 반발을 겨냥해 “(우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비하 발언을 했다.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위안부라 불리는 분들은 있었지만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군 성노예 강제동원 책임을 부인했다.
지난 총재 선거에서 3위를 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차남이다. 그 역시 지난 8월 15일 일본의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했다.
민영 TBS 계열 JNN의 여론조사(6~7일)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똑같이 19.3%의 지지를 받으며 공동 1위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