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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특별비자만 1만개, 한국은 2000개…비자쿼터 절실

헤럴드경제 문혜현,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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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특별비자만 1만개, 한국은 2000개…비자쿼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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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B1·ESTA 비자 한국인 무더기 체포
E1·E2 비중 늘리고 ‘E3’ 신설 추진해야
전문인력 ‘별도 비자’ 법안 美의회 표류
“韓 추가 투자 약속하고도 대우 못받아”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州)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불시 단속해 한국인 300여명이 구금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비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미 관세 협상의 주요 고리인 대미 투자를 위해서라도 전문직 취업 비자(H-1B) 확대가 절실한 상황인데, 매년 추첨을 통해 이를 받는 한국인은 수년째 2000여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E1(상사 주재원), E2(무역·투자사 직원) 비자 비중을 늘리거나 호주처럼 특별 비자를 신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외교 당국은 별도 비자 할당을 신설하는 법안 마련을 위해 미국 정부·의회와 꾸준히 소통해 오고 있지만, 관련 법이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중으로 출국해 우리 국민 안전 확보를 놓고 미국과 협의할 전망이다. 외교가에선 조 장관이 이번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비자 문제를 적극 거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ICE는 이번 단속에서 단기 상용 비자(B1) 혹은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우리 국민을 무더기 체포하면서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숙련 인력을 보내려면 미국 정부로부터 주재원비자(L1)또는 E1, E2를 받아야 하는데, 발급 자체에 수개월이 걸릴뿐더러 개수가 제한적이다. H-1B 또한 매년 35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인력들의 경쟁이 치열해 한국이 가져가는 개수는 2000여개에 그친다. 이에 기업들은 급한 대로 B1이나 ESTA를 통해 현지로 인력을 파견해 왔는데, 해당 비자는 상업·산업 노동자들의 장비·기계의 설치·작동·보수 및 현지 직원 교육에 활용될 수 있지만, 실제 건설 작업 수행은 불가하고 급여도 미국 내 사업체에서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외교부는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E-4 비자)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 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해 미국 정부·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을 지속해 왔다. 다만 매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는데, 올해도 관련 법이 발의돼 관심을 끌던 상황이었다.

지난 5월 한국계인 영 김 하원의원이 캄라거-도브 하원의원과 함께 한국 동반자법을 재차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전문 교육과 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E-4)를 발급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미국 특별 취업비자를 받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에 무제한 비자를 발급한다. 싱가포르는 FTA(자유무역협정) 전문직 비자인 ‘H-1B1’을 연간 5400개 발급받고 있다. 칠레도 같은 비자를 연간 1400개 발급받는다. 호주는 별도 법안 처리로 ‘E3’ 특별비자를 연간 1만500개 받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호주와 유사한 방식의 법안 처리를 설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만큼 비자 확대를 받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으로서는 최근 투자도 한 상황에서 섭섭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 ‘우리도 나름대로 미국법을 지킬 테니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을 해 달라고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으로서는 비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승열 법무법인 이제 미국변호사는 “우리는 합당한 대미투자에 대해 비자 쿼터 등이 없다는 것을 봤을 때 그간 합당한 대우를 못 받은 상황”이라며 “이는 추가 투자를 약속했음에도 벌어진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염 변호사는 “이번 일은 신속하게 정부에서 대응한 만큼, 향후 비자 쿼터 등 미국 투자에 상응하는 다른 혜택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현·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