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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단속-투자 유치' 딜레마…트럼프식 '비자 해법' 나오나

SBS 김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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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단속-투자 유치' 딜레마…트럼프식 '비자 해법'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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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 대통령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의 불법체류자 단속 사건이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불법체류 근로자에 '철퇴'를 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 기조와, '관세 전쟁'을 지렛대로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는 전략이 제도적 모순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 즉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와 소속 인력의 충분한 파견이 병존하기 어렵게 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비자 정책에 예외가 인정될지 주목됩니다.

변화의 조짐은 HL-GA 단속 사건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HL-GA 합동 단속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그들은 불법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ICE(이민세관단속국)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이나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출신 갱단을 추방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인식하는 듯한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만에 달라진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이번 일로 한미 관계가 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그것(인재를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모든 외국 기업에 우리나라 이민법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한다"는 전제로 시작됐지만, 이번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뉘앙스로 읽힙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한국)이 말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해보겠다"면서 "우리는 함께 우리나라를 생산적으로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 큰 문제가 없거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미국 취업비자 정책과 불법체류자 단속의 제도적 상충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조지아주를 비롯해 미국 각지에서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전문 인력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합법적 취업 비자(H1B 비자)의 쿼터가 제한적이고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관광 비자인 B1·B2 비자로 우회하는 '편법'이 만연했습니다.

한국 내에서 역대 정부가 비자 정책 개선에 소홀했고, 기업들도 관행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별개로, 미국 입장에서도 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독려하는 와중에 전문 기술자의 취업 비자마저 제한하는 데서 빚어진 모순적 결과를 받아들게 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길 권장한다"면서 "(그들이)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훈련"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즉, 한국에 쿼터를 배정하지 않은 취업 비자 중 일정 부분을 숙련 기술자 및 현지인 교육 등의 조건으로 허용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국인 기술자·근로자들의 체류 신분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한국뿐 아니라 다른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독려하기 어렵고, 미국 내 숙련 노동자 인력난을 타개하려면 취업 비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도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우호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무역 협상의 대가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해선 투자의 선결 조건인 취업비자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김민표 기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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